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에 피해를 본 이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약 만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깡통전세'에 거주하고 있어 경매로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피해자 상당수가 청년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침체에 빠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확산돼 기존 임차인들의 보증금 미반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872건으로 1년 전(3226건)보다 33.8%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의 명령을 통해 받는 권리입니다.
빌라왕 사건 이후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더욱 활성화하고 피해자들이 이주할 자금을 구할 수 있도록 긴급자금 대출을 신설하는 등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근본 해결책이 되진 못합니다.
결국 임차인 스스로 본인이 계약하려는 집이 전세사기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임대차 계약 전 시세, 등기사항증명서, 미납세금 열람을 통한 전세금액 적정 여부와 계약 상대방의 부동산 소유 여부 및 선순위 권리관계를 꼼꼼히 확인한 후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또 계약 당일 확정일자 부여 현황 확인, 전입세대 열람 내역 발급,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등을 통해 대항력(주택 점유와 전입신고)과 우선변제권(확정일자)을 다른 권리보다 먼저 갖춰 임차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번 전세사기의 경우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앞으로 전세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비슷한 사기행각은 반복될 게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 등 타인을 믿기보다 임차인의 스스로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