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면담이 결국 소득없이 끝났습니다. 이날 면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리면서 앞으로 양 측의 갈등 역시 쉽사리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 시장과 전장연은 2일 서울시청에서 만났습니다. 2021년 1월 전장연이 지하철 운행 지연 시위를 시작한지 742일만에 이뤄진 만남입니다.
그동안 84번의 지하철 운행 지연 시위가 벌어졌고 승객 1200만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때문에 이날 만남은 지난하게 계속된 갈등이 해결 방향으로 한걸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예고된 불통이었을까요. 결국 이날 만남은 서로의 주장만 반복한 채 헤어지며 언제 다시 있을 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일 서울시청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지하철 운행 지연 자제 약속해달라"
이날 오 시장은 본인이 표현한대로 단순 명확했습니다. 전장연이 그동안 충분히 주장하는 바를 얘기했으니 더이상 지하철 운행 지연만큼은 멈춰달라는 겁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이런 형태의 시위는 중단할 시점”이라며 “지하철 공간에서 하시는 시위만큼은 자제해달라. 오늘 시민들 앞에서 약속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전장연의 시위가 햇수로 3년째를 맞은 가운데 오 시장은 지난 연말 ‘휴전’을 제안하며 중재에 나섰습니다. 더이상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이날 오 시장은 ‘1역사 1동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는 물론 탈시설에 대한 부분도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균형을 맞춰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 시장 나름대로의 화해 제스쳐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박경석 전장연 대표로부터 원하는 ‘약속’을 받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박 대표는 시위 중단 여부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이날 면담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아직 시위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날 만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시위가 계속될 경우 지난 두 달간 중재를 자처하고 공개면담까지 가진 오 시장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 "비장애인 중심 열차, 장애인 탑승해야"
박 대표 역시 한결같이 주장했습니다. 박 대표는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지하철 1역사 1동선, 저상버스, 시외버스 이동권, 탈시설 등 장애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차별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입니다.
박 대표는 “지하철의 정시성 문제 그래서 1분 늦으면 큰일 난다라고 했는데 저희는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22년 동안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갔던 열차에 탑승하게 해달라고 외쳤다”며 “서울시장으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요청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 역시 면담장에서 오 시장으로부터 요청에 대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오 시장은 면담 이후 취재진에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입장을 전달은 하려고 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장연이 주장해 온 탈시설에 대한 입장을 두고 양 측은 여전히 이견을 보였습니다. 전면적인 탈시설 도입을 원하는 전장연과 달리 오 시장은 탈시설을 도입하되, 시설을 원하는 경우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당장 2년간 시위를 벌이고, 억대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한 전장연 입장에선 원하던 해법까지 찾지는 못했습니다. 시민들의 피해 역시 상당한 상황에서 면담 이후에도 이대로 시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전장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빗나간 면담 상대…여전히 팔짱낀 정부
이날 면담 속 대화가 번번히 빗나간 이유는 전장연의 대화 상대가 대부분 서울시가 아니라 정부를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전장연은 서울시의 이동권·탈시설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호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전장연에 대한 냉대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박 대표도 오 시장에게 기재부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까지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면담이 별다른 소통없이 끝난 가운데 시위가 계속될 경우 시민들의 피해만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용·불수용 양면적인 접근보다는 대화에 임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일 서울시청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