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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41)여인의 고운 손과 소똥
입력 : 2023-02-06 오전 6:00:00
주변의 누구도 말리지 않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편견을 깨부수려 시작한 여정 길이었습니다. 삶의 방식엔 세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합니다. 도망치거나 방관하거나 부딪쳐 보거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 부딪쳐 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수도 없이 부딪쳐 깨져보았다. 파도가 수없이 바위를 부딪쳐 깨지듯 끊임없이 깨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도라는 바다 안에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듯 여인숙과 여인숙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뛰며 인도라는 바다를 건너갑니다.
 
섬과 섬 사이의 간격이 일정치 않아 불안합니다. 잘못합니다가 노숙을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야 합니다. 캠핑 장비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텐트와 침낭만 있어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 궁리 끝에 밍크담요 하나를 장만했습니다. 지금은 인도의 겨울입니다. 겨울이라야 우리나라의 겨울처럼 혹독하진 않지만 새벽 기온이 10도까지 내려가는 쌀쌀한 날씨입니다. 여인숙의 담요로는 새벽에 춥다. 그나마 담요가 없는데도 있다. 밍크 담요 한 장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 기대 이상입니다.
 
인도에서 소는 귀한 존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소똥도 귀하게 원색의 사리를 입은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서 고운 손으로 정성스럽게 주물럭거려 잘 섞고 비벼서 얇고 넓적하게 펴서 벽에 붙이거나 길거리에 널어 말립니다. 장마가 지나고 건기가 오면 동네 아낙네들은 소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소가 싼 똥을 모읍니다. 땔감이 귀한 인도의 소똥은 그렇게 말려서 밥도 지어먹고 난방도 하고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생활필수품입니다.
 
소똥을 벽에 붙이는 이유는 집 밖에서 들어오는 부정을 막는 액막이도 합니다. 소똥의 불꽃으로 음식을 하면 제 맛이 납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소똥을 고운 손으로 주무르는 여인의 얼굴은 심리적 안정감으로 가득 찼었나봅니다.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나그네는 길 잃어버림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많은 방황의 날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이 확실하게 빈도를 줄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내가 가고자했던 그 길이 아니라는 것은 발견하고 탄식하기도 하지만, 곧 모든 길에 기쁨과 설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는 날까지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선택하고, 길을 잃고 헤맬 것입니다.
 
나는 낯선 길 위에서 세상 사람들이 나와 다름을 발견하고 다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어원은 ‘길들입니다’입니다. 나는 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길들이고 있다. 익숙한 것들을 떠나서 낯설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길들어 갑니다.
 
내 지식은 학교가 아니라 길에서 얻어진 것이라네! 그러니 길 떠나는 나그네 책을 들고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길이 학교요, 선생이요, 책입니다. 길이 교정이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동창생입니다. 나는 책장을 넘기듯이 매일 35km식 달립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달리면서 나는 명상하고 수행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참 호기심이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토바이나 자동차, 길거리 허름한 찻집에서 앉아있다 내가 지나가는 걸 발견하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묻고 무엇 때문에 달리느냐고 묻고 페이스북 생중계를 한다며 인터뷰를 하자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벵갈 사람인줄 알고 벵갈어로 말을 붙입니다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영어로 다시 말을 붙입니다. 아마 내 까무잡잡한 용모에서 동질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언어가 가능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팬서비스를 하는 것도 고역입니다. 오늘은 한 노인이 색 다른 질문을 합니다. “당신은 걸으면서 무얼 배웠소?”, “나는 아직 구루를 만나지 못했어요.” 나의 대답이 다소 생뚱맞았지만 그의 질문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홀로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문득 그 노인이 혹시 구루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길 위에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마셔야만 합니다. 그것은 길을 걷는 나그네나 길을 달리는 자동차나 매 한가지입니다. 자동차의 연료 그러지 않으면 몸의 수분을 빼앗겨 탈수증에 걸려 머리가 노래지거나, 심하면 영혼까지 메말라 버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내 유모차는 인도를 홀로 달리는 나그네의 낙타와 다름없다. 묵묵히 그 많은 물과 짐을 싣고 따라와 줍니다.
 
나의 낙타가 발병이 생겼습니다. 나도 절룩거리는데 내 충실한 낙타도 바퀴에 바람이 빠져 절룩거리고 있었습니다. 내 다리는 스페어 다리가 없지만 내 낙타의 다리는 스페어 다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길 한 귀퉁이에다 낙타를 세우고 스페어 다리로 바꾸어 끼우려고 보니 그것도 역시 바람이 빠졌습니다. 건너편에서 어느 틈엔가 내가 쩔쩔 매는 것을 보고 달려와서는 보고 저쪽으로 건너오라고 합니다. 건너편을 보았더니 허름한 타이어 수리점이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위기의 순간마다 영화처럼 귀인이 나타납니다.
 
홀로 걷는다는 것은
 
홀로 걷는다는 것은
새들이 기쁨의 음표를 물고 날아드는 걸
두 팔 벌려 맞는 것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합니다고
스스로를 외로움의 감옥에 가둔다고 비아냥거리지 말라!
이것이 세상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경쾌한 발걸음이니
 
길 위에서 만나는 친근한 수많은 숨결과 미소
그것이 나의 열정을 샘솟게 하느니
하찮은 것도 신비스럽게 바라보는 눈이 밝아 졌느니
엄마 품을 파고 들며 나는 자랐으니
마음의 품도 넓어졌어라!
나는 지금 인도가 가르쳐주는 보석 같은 지혜를 주워 담을
책가방이 필요하오!
 
사람들은 왜 자신을 찾으러 인도로 가는 것일까요? 이곳에서 진정 자신을 만나기는 하는 것일까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평화달리기 116일째인 지난달 24일 인도의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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