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사람을 죽여놓고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답니다.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없고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100일 전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에게는 참사 이후 유가족 대표라는 원치 않던 새로운 직함이 생겼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3일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이 대표는 “참사를 막지 못한 것도 잘못했지만, 참사 이후에 대처를 더 못했습니다”며 “대처를 못해 100명 이상을 살릴 수 있었지만 죽였단 말입니다”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직후 74일 동안 경찰 특수본 조사가 진행됐고, 55일 동안 국정조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참사의 원인과 진상, 책임 같은 단어는 멀기만 합니다.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 3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참사 100일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정동진 기자)
100일이 지났습니다. 진상 규명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봅니까.
‘꼬리 자르기’식 수사였기 때문에 저희들은 특수본 수사에 대해서는 절대 만족하지 않고 있구요,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금 전가하고 있는데 맞지 않다고 봅니다.
처음부터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는 아마 선을 긋고 수사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저희들하고 똑같이 특수본에서 비슷하게 했고,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지만 단서를 과연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수 있을까요.
서부지검에 가서 저희가 피해자 진술을 할 때 분명히 말씀드렸거든요. 이 사람들은 이태원에서 159명을 죽였다. 이건 간접살인입니다. 분명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조차도 압사할 것 같다고 했고 2017년부터 꾸준히 이태원에 경찰력을 배치를 해서 인원 통제를 해왔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2022년 10월29일날은 저녁에는 오로지 마약 수사에만 전념을 해서 그런지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죽을 거라는 감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독립된 진상조사기구를 통해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거는 왜 이런 참사가 발생됐고 그리고 왜 아이들이 살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1시간 반 동안 살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했는지에요.
엄마가 저 아이가 내 딸이다. 살아 있었거든요. 바로 바로 앞이었어요. 바로 앞에 내 딸이 있는데 못 만지게 하는 겁니다. 왜 막았을까요. 그런 조사조차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아직 살아있는 시점이 있었다니까요. 친구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119 구급차를 탈 때 항상 보호자가 탑승하게 돼 있습니다. 친구들조차도 탑승을 안 시켰어요. 약혼자가 있는데도 탑승을 안 시켰어요. 18시간 뒤에나 주검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정부에서 다 죽였어요.
지한이도 살아있었고 지한이를 목격한 목격자한테 편지도 받았고 제가 목격자도 만났어요. 지한이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대요. 그래서 그 옆에 있던 친구 CPR을 직접 했고 그때 시간이 11시10분이었고 분명히 살아있었어요.
지난 100일간 조사 과정에서 증거나 증언 보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한겨레 신문에 10월29일 당일날 있었던 사실, 아이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얘기들을 계속 연재를 하고 있어요. 유가족들이 지금 110가족이 모여 있는데 개별적으로 진술서를 작성을 해서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 설치가 되면 진술서를 토대로 밝혀나가려고 합니다.
왜 아이들이 체육관에 발가벗겨져 있었는지 마약 검사를 왜 마약검사반이 아닌 서울청 강력반에서 했는지 다 궁금한 부분이니까요. 그런 부분이 특수본 조사에서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유가족들이 나서서 하나씩 하는 부분입니다.
국정조사에서도 정부 기관에서 중요한 자료 제출을 안 해줬어요. 서울시에서조차 옛날 매뉴얼 연도만 바꿔서 제시를 한 것도 밝혀냈고, 해밀튼 호텔의 CCTV가 사고 발생 관련해서 분명히 그게 정확한 자료인데 불구하고 제출을 요청했지만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못 받았어요.
중요한 자료를 전혀 제출받지 못했고 시간을 끌다 보니까 많은 증거들이 사라졌고, 일부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박희영 구청장 같은 경우는 휴대전화를 교체를 했지 않습니까
이종철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대회 성사를 위한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추모공간 광화문 설치 요청, 서울시 녹사평역 지하 제안 거부"
추모공간과 기록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어떤 입장일까요.
추모공간은 지금 임시 추모관을 녹사평에 지금 저희가 분향소를 설치해서 임시 운영을 하고 있고요. 광화문으로 옮길 겁니다. 저희가 서울시에 협조 요청을 했고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분명히 만나시겠다고 내일 당장이라도 만날 테니까 연락을 달라고 했던 분이 저희가 얘기를 하니까 만나자고 했던 말이 쑥 들어갔습니다.
다만, 구정 전에 분향소를 온다는 얘기 없이 갑자기 나타나 만났습니다. 국회에서도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좋은 말하고 가셨죠. 오 시장이 “연락드리겠습니다”했거든요.
저희가 이제 요청해서 분향소도 광화문으로 옮길 거니까 협조해 달라고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얘기를 딱 듣자마자 그냥 얼굴 바꾼 거죠. 만날 생각도 없고 지금 광화문 광장 사용 승인도 안 내주고 몇 차례 말씀을 드렸습니다.
서울시에선 광화문이 아니라 녹사평역 지하에 준비해주겠다길래 지하인데다 인적도 드문 곳이기 때문에 저희가 굳이 그쪽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죠. 민간건물도 얘기했지만 저희가 수용할 수 없는 곳을 일부러 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분명히 말씀을 드렸거든요. 관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이 많으니까 민간건물이 아닌 관으로 들어가기를 원한다고요. 전혀 그쪽으로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12 신고가 처음 6시 34분에 신고했을 때 처음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이 상황 종료를 본인들 임의로 상황을 종료시킨 건지 아니면 윗선에 보고를 했는데 불구하고 윗선에서 너희들 수사에 방해되니까 저리 가라고 했는지요.
왜 아이들 옷이 다 벗겨져 있었는지 왜 엄마가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못 데려가게 했는지 그리고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아이들을 왜 다 그렇게 방치해놓고 왜 그냥 뒀는지, 소방청과 경찰청이 왜 협조가 안 됐는지 그것만 협조만 됐으면 애들 100명 이상 살렸습니다.
이런 하나 하나 특수본에서 수사 안 했습니다. 소환조사조차도 안 했죠. 검찰에서 안 할 거라고 봅니다. 이상민 장관과 그 밑에 있는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본부장 국장 과장급들 휴대폰 포렌식하면 위 아래 다 나옵니다.
지금 이태원 참사 분명히 지시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지시한 사람 때문에 상황이 더 이렇게 복잡해졌고 그리고 참사 이후에 우리 유가족들을 장례 빨리 하라고 했어요.
저희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장례를 너무 빨리 치렀구나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단지 아이들을 잃은 슬픔에 그냥 장례라도 빨리 치러줘야겠다는 그 간절한 소망 때문에 빨리 했어요. 지금 너무 후회해요. 왜 우리가 바보처럼 그렇게 빨리 했을까. 아이들의 몸에 남아있던 흔적이라든가 저희가 조사했어야 돼요. 그거를 하지 못하는 게 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예요. 그런 사람이 정치적 도의적으로 아직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닙니까. 분명히 이상민 장관 총 책임을 져야 돼요. 법적인 책임도 져야 돼요.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독립된 진상조사 기구가 필요한 겁니다.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는 어떤 형태를 생각하나요.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는요 일단 특별법 제정을 해야겠죠. 저희들이 주장하는 거는 유가족과 생존자가 참여할 수 있는 독립 진상조사기구를 원하고요 전문위원들도 일부를 유가족과 생존자가 추천하는 전문위원도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정쟁 싸움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에 될 수가 없고 그리고 반드시 진상조사기구에는 강제권이 있어야 자료 요청이나 구인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응이 가능합니다. 거기서 진상조사가 밝혀지면 형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될 사람들은 당연히 특검에서 기소를 해야 되니까 특검도 동시에 진행하면 좋고요.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항의하며 쓰러져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