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화거리에 빠질 수 없는 OTT 시리즈가 '더 글로리'였다면 지난해 하반기는 '수리남'이었을 겁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지난해 9월 9일에 공개한 수리남은 한때 '마약왕'이라고 불렸던 범죄자 조봉행의 이야기가 바탕입니다. 극 중 황정민이 조봉행 역할이었는데, 겉으로는 선량한 목사인척 하면서 뒤로는 남미 수리남에서 마약 밀매 사업을 한 사기꾼이었죠.
수리남을 보면서 마약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밀수에 가담했던 유명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꽤 생생한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극적인 연출이 많아서인지 현실로 느끼진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약은 한국에서만큼은 극소수의 사람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마약이 합법은 아니기에 일반 국민이 이를 접할 수 있는 일이 흔치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망설여집니다. 유명인들이나 재벌은 물론 일반인까지 마약을 투약하다 검거당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달 말 경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범죄 사범으로 검거된 사람의 규모는 역대 최대인 1만238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마약 사범인 전체 인원 중 5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경찰 집계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18년 8107명, 2019년 1만411명, 2020년 1만2209명, 2021년 1만626명, 지난해 1만238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세관에서 마약 밀수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증가세인데요. 관세청은 최근 '2022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해 총 771건, 624kg의 마약 밀수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역대 최대 적발량(1272kg)을 기록했던 전년과 비교하면 51% 줄었습니다. 다만 2021년 초대형 마약밀수 2건(802kg)을 적발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제외한 중량 470kg과 비교하면 64% 증가했습니다.
마약을 들여오는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는데요. 복대 등에 숨겨 들여오던 고전적 수법에서 진화해 스티커나 우표에 마약을 흡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용자가 스티커를 떼어내 물에 녹여 마약을 투약하는 식입니다.
빵속에 대마초를 숨기거나 팬케이크 시럽으로 위장해 액상 형태의 마약을 들여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조립식 자전거 파이프에 마약을 숨겨서 밀반입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고요.
수리남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현실의 조봉행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브라질 경찰이 공조해 2009년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마약 소비는 지속해서 늘어난 것 같습니다. 10대 마약 소비까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마약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