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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려고 해도 안 된다" 혁신점포가 어려운 고령자들
키오스크 놓은 무인 은행 점포 부쩍 늘어
입력 : 2023-02-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신유미 기자]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화상통화로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해도 할 줄 몰라요. 현금 찾는 것은 ATM에서 하고, 종이통장 만들 땐 은행으로 직접 가야죠."(김학선씨, 66세·여)
 
"한두번 이용해봤는데 여기 있는 기기로는 안된다고 창구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뭘 해보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를 않아서 이제는 점포로 바로 가요."(최춘자씨, 55세·여)
 
"처음에는 안내해주는 남자 직원이 있었는데 없어졌네요. 사용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안내해주는 직원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한희경씨, 54세·여)
 
8일 우리은행 '디지털 익스프레스' 우이동점에서 고객들이 ATM 기기를이용하고 있다. (사진=신유미 기자)
 
8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우리은행의 무인점포 '디지털 익스프레스(EXPRESS)점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불편하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디지털 익스프레스는 별도의 창구 직원 없이 화상상담기기(사진)를 통해 직원과 화상통화를 하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디지털 익스프레스에는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이 구비돼 있었습니다. 직접 이용해보니 화상 통화로 직원과 상담이 가능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원하는 업무를 선택한 후 인공지능(AI)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신분증을 기계에 인식시키면 실제 직원과 영상으로 연결됐습니다.
 
하지만 무인점포가 오프라인을 100% 대체하기에는 어려워보였습니다. 영상으로 연결된 직원에게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대출 상품은 직장인 담보대출과 예금담보대출 등 2가지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체크카드 발급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키오스크 기기에 여분의 카드가 없어 발급이 불가능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신한은행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혁신점포에 화상상담창구와 키오스크가 설치된 모습. (사진=신유미 기자)
 
같은 날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신한은행의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에도 방문해봤습니다. 화상상담 창구인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등이 있어 예금 신규 등업무부터 대출·퇴직연금 등 창구 상담이 필요한 은행 업무까지 처리가능하다는 게 은행의 설명입니다.
 
이곳 역시 다른 은행의 무인 점포와 비슷했습니다. 화상상담창구로 들어가 신분증을 기계에 인식시킨 후 은행 상담 직원과 업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 화면에서도 현금·통장·카드·보안카드 거래는 대면창구를 이용하라는 안내가 나와있었습니다.
 
시중은행이 점포를 줄이면서 오프라인 영업점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고 있습니다. 효율성과 혁신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인데 은행의 기대와 다르게 현장의 디지털 점포는 노년층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위해서는 안내직원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시중은행들의 혁신점포 전략은 대동소이합니다. 유명 편의점이나 마트 등과 제휴를 맺고 점포 내 은행 디지털 기기를 설치해 영업점 창구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입니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그리고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과 손을 잡았습니다.
 
다만 정상적인 은행 업무를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은행 고객들이 점포를 방문하는 이유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상담을 받기 위해서인데 직원들이 없는 무인 점포를 방문할 요인이 떨어집니다. 불편사항이 생기거나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라도 한다면 편의점이나 마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하는데요. 편의점 직원이 은행 업무를 도와줄수는 없겠지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공동점포'가 대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만 시범 운영 성격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한 개의 점포 내에 두 은행이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자동화기기 코너나 주차장 같은 고객 편의 공간은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지난해 4월 첫 공동점포가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개설된 점포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탄력점포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 내 전체 탄력점포 중 저녁 6시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일반 은행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는 점포는 극소수입니다. 일반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탄력점포는 사실상 KB국민은행의 '9 to 6뱅크'가 유일합니다.
 
이종용·신유미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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