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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100'이 보여준 방송사의 변화
입력 : 2023-02-10 오후 4:34:56
플랫폼의 다변화로 인해 이전까지 방송 시장의 우위를 접하고 있던 지상파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힘의 균형이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다시 종편으로 옮겨가던 중 OTT, 유튜브의 등장은 다시 한번 힘의 균형이 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의 위기는 계속 대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지상파의 위기는 아닙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최근 영상을 소비하는 소비자는 긴 영상을 보는 경우가 드뭅니다. 틱톡과 같이 30초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상이 주로 소비가 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역시 쇼츠를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볼게 많아진 세상, 심지어 30초 안에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1시간 동안 앉아서 영상을 본다? 말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다면 다릅니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보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유튜브에 공개된 짧게 요약된 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다면 본방을 챙겨보는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최근 드라마 시장은 재미있는 작품은 채널을,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시청률를 보증했던 KBS 2TV 주말 드라마의 시청률이 하락했습니다. ENA 채널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다시 없을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재미만 있다면 보겠다는 게 요즘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입니다. 단, 자신의 시간을 헛되게 쓰고 싶지 않기에 검증된 재미가 아니라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놓지 않는 겁니다. 
 
방송사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MBC 교양 PD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예능팀에 메일을 통해 '피지컬: 100'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기획안을 보고 MBC와 손을 잡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제작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MBC가 이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더 이상 MBC라는 채널만 가지고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장PD 역시도 콘텐츠를 보러 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많은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편성을 쥐고 있던 방송사의 권력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입맛에 맞는 다양한 플랫폼을 고려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만으로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상파 편성을 들여다 보면 기존에 프로그램이 있던 슬롯이 사라지고 재방 등으로 메워진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편성이라는 권력도 제작이라는 힘도 약해진 상황에서 능력 있는 PD들 입장에서는 굳이 방송사에 소속될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를 이탈해 케이블, 종편, 혹은 제작사로 이적을 하는 스타PD들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대이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서 기존의 제작 방식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됐습니다. 지상파 방송 안에서 준수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걸로는 더이상 소비자의 흥미를 끌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MBC가 '피지컬: 100'이라는 지상파 채널에서는 절대 방송 불가한 예능을 제작하게 된 이유도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사진=넷플릭스)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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