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 펜데믹 국면에서 직접 투자 확대와 공모 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온라인 펀드 직판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판매채널보다 저렴한 보수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나섰으나 투자 대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한 셈입니다. 운용업계에서는 당장 온라인 플랫폼이 정착되긴 힘든 구조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대표 인지도를 앞세운 중소형 운용사는 선방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 온라인 펀드 직판 축소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온라인 펀드 직판 서비스 'R2'의 단계적 축소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R2를 통해 펀드를 매수한 투자자가 330여명, 판매 잔고는 5억원 수준에 그치는 등 미미한 결과를 거뒀습니다. 업계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운용사가 직접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성과에 따른 효율적 대응이 힘들다고 판단해 철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운용사가 운용하는 직판 채널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거치지 않아 판매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운용사가 적합한 펀드를 선별해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판매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의 경우 직판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판매사들의 눈치 보기 등으로 확산이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상장지수펀드(ETF)의 흥행으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직판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판 채에서는 해당 운용사의 펀드만 볼 수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선보이면 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데 운용사 자체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수 없는 데다 단기간 육성을 통해 이익을 얻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직판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후관리 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아직까지 오프라인 비중이 큰 상황에서 계속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개인 대상으로 펀드 직판을 하고 있는 곳은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BNK자산운용 등입니다. 현재 메리츠자산운용의 개인 대상 공모펀드 직판 규모 7041억원이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1759억원, 한화자산운용은 65억, 삼성자산운용 5억원 등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9년 12월 계열사인 삼성카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사 펀드 판매에 나섰습니다.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아니라서 완전한 직판 채널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한화자산운용은 2021년 6월 모바일 펀드 직판 앱 '파인'을 선보였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존리 전 대표와 강방천 전 대표의 인지도와 대표 상품을 앞세웠습니다. 양사 역시 자사 펀드를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BNK자산운용이 '븐크'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말 개인 대상 공모펀드 직판 규모는 전년 대비 26% 성장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존리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자금 유입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시장 상황에 의해 자금 유입의 속도 변화는 있었지만,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장 회의적" 대 "장기적 관점으로"
온라인 직판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회의적인 시각과 마찬가지로 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미리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를 고려했을 때 직판 등 채널이 고객 유인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관계자는 "고객의 60%가 연금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해당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연금 저축 계좌 장점을 노출하고 제도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 역시 "연금에 초점 맞춰 선별한 펀드를 추려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펀드 투자가 확대되는 시기를 대비해 단기적 평가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법 시행 이후로 펀드 가입이 불편해지면서 온라인 펀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특히 적잖은 자금을 모은 운용사의 경우 향후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판매사의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소형사들 역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온라인 직판 채널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가 처음 나왔을 때 업계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지 않았냐"라면서 "처음부터 잘 되는 것은 없고,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