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따른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48차례나 등장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기간에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점이 인정되자 법조계는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주가조작 범행에 계좌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김 여사와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의문이 제기된 사건인만큼 수사를 통해 인지·관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48차례 등장하는 판결문, 주가조작 계좌도 인정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시세조종 선수들의 1심 판결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은 총 37번 등장합니다. 이름뿐 아니라 거론된 계좌까지 통틀어서는 모두 48차례입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소시효 10년이 만료된 1단계뿐만 아니라 시효가 남은 2단계 주가조작에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이용됐다고 인정했습니다.
주가조작 일당 간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주식 내역이 정리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등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의 계좌 1개도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고 봤는데, 이들 계좌로 모두 48건의 시세조종, 즉, 주가조작 거래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단계와 2단계 주가조작에서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 여사와 김 여사의 모친의 계좌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그래픽=뉴스토마토)
야당 "재판부, 김건희 연루 인정" 대 대통령실 "계좌 활용만으로 가담 아냐"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수사 필요성에 대해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민주당은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 주가조작 세력에게 유죄가 선고됐고, 이들이 김 여사 계좌를 이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부가 김 여사의 연루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 "계좌가 활용됐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차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가 등장했다는 48회 모두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돼 있을 뿐 차명계좌가 전혀 아니고, '권오수 매수 유도군'이란 표현은 권 전 회장과 피고인들이 주변에 매수를 권유해 거래했다는 뜻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수사 통해 인지·관여 여부 밝혀야"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주가조작 범행에 계좌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김 여사와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의 불씨가 살아났다"며 "판결문만으로는 혐의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재판부가 일단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본인도 인지했는지, 관여했는지 등을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어렵다"며 "현 상태로 특검까지 가는 건 무리가 있더라도 국민적 의문이 제기된 만큼 검찰 수사는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여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검찰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