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14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살아있다면서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최초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 이 사건은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시점(2018년 10월30일)이 아닌 배상하라는 취지로 최초 파기환송한 시점(2012년 5월24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유족 측 "대법원 신속히 판단 내려달라"
피해자 김모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 있는 니시마츠건설에서 근무하다 광복 전인 1944년 5월 숨졌다. 이후 2019년 6월 유족 측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본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유족 측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이 시점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낸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 합의체는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는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면서 이는 한일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처음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파기환송됐고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12년 5월 이후 사법농단 등 사유로 판결이 지연된 사실이 있다"며 "법률가로서는 (소멸시효 기산점은) 2018년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이 언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지 신속히 판단을 내려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오른쪽)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 니시마츠 건설 상대 손배소 1심 선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