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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금융당국발 규제 강화, '코리아 엑소더스' 부르나
외국계 금융사 탈출 잇따라
입력 : 2023-02-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김보연 기자] 금융당국발 규제 칼날이 '코리아 엑소더스(한국시장 탈출)'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치고 있는 고강도 규제가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국내의 외국계 금융회사는 총 167개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165개, 163개, 162개, 164개, 168개로 현지법인과 지점을 포함한 영업소와 사무소의 인가와 철수가 동시에 진행되며 5년여째 160개 대에 머무르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부 구축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해 말 글로벌 3대 신탁은행으로 알려진 노던트러스트컴퍼니(노던트러스트)서울지점이 국내 진출 6년만에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앞서 2021년에는 글로벌 신탁은행 중 하나인 뉴욕멜론은행이 서울지점의 신탁사업을 접었고,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 금융 사업 즉, 소매 영업시장에서 손을 뗐습니다. 같은 해 캐나다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도 지점을 폐쇄했습니다. 
 
2020년에는 외국계 운영사인 블랙록자산운용과 매쿼리 투자신탁운용에 이어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등이 국내시장에서 철수했고요. 2018년에는 스위스UBS가 2017년에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골드만삭스, 빌바오비스카야(BBVA) 등 3개의 외국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당국은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는 이유로 수익성 악화에 따른 본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합니다. 핀테크 기업의 출현으로 금융과 IT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각종 규제와 눈에 보지이 않는 간섭들이 외국계 금융사를 옥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최근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법령정보나 보도자료가 외국어로 적시에 공유되지 않아 최신 규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금소법의 시행령이 아직도 번역되지 않아 수많은 금융사들이 각자 알아서 번역하고 각자 이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어 "법끼리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규제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배구조 이어 영업관행·배당까지 손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규제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감원장의 압박은 노골적이기까지 합니다. 지배구조와 수익구조, 영업관행과 배당, 그리고 사회공헌까지 금융권의 내외부를 모두 뜯어고칠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은행의 지배구조에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CEO선임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5대 은행의 과점구도를 깰만한 방안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은행 관행개선 TF를 출범해 상반기 내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은행의 영업방식이 약탈적"이라고 규정하며 은행의 독과점적 시장 환경에 대한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표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배당 제재에 규제도 계속 상향되고 있어요.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하는 강성 노동조합도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규제 불확실성 높고 노동규제 부담"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외국계 금융회사 유치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 유치를 위해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금융협력대사로 임명한 바 있습니다. 외국계 금융회사 의견청취를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주기적으로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간담회'를 개최해 애로와 건의사항을 청취합니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 2020년 금융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외국계 금융회사 CEO들이 제시한 주요 애로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금융시장은 대체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거와 기타 신흥국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하락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과 규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과 의견이 수차례 바뀌는 등 규제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신규 서비스에 대한 규제명확화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 52시간제 같은 노동규제도 외국계 금융회사의 애로점으로 꼽힙니다. 주52시간 적용으로 인해 다른 해외 지점과 비교해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어, 해외지점과 업무협조 같은 근무시간 외업무가 불가피한 일이 있어 외국계 금융사 직원의 경우 주52시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금융사 자율성 침해"
 
전문가들은 예측불가능하고, 일관된 없는 당국의 규제강화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인이 아닌 금융회사에 대해 경영에 영향을 주는 과도한 지침을 내리는 것이 결국 금융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행을 꺼리는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3분의 1은 사회환원, 3분의1은 직원, 3분의1은 대손충당금 쌓으라며 세부지침을 주는데,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해 기술력과 경쟁력 제고방안을 터주고 영업확장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맞다"면서 "생산력이 올라가면 당연히 금융산업 주가도 올라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올텐데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역시 "'과도하다, 줄여라'식의 구체적이고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태도를 당국이 취하는 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주인이 있는 금융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간섭하고 개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가 내부 경영에 대한 개입을 하게 되면 금융시스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해외 금융사들에는 노조가 없다"며 "국내에 들어와 있던 해외 금융사들이 떠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강성노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보연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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