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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과점 해소 실패한 챌린저뱅크 재탕?
챌린저뱅크, 수익구조·예치금 비중 미약
입력 : 2023-02-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영국의 챌린저뱅크는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출범 6년차를 맞이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애초 이 챌린저뱅크를 롤모델로 했지만, 지금의 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덴 실패했습니다. 영국에서조차 챌린저뱅크는 시중은행의 보조적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1년 전 당국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이른바 '돈 잔치' 논란과 관련해 칼을 빼 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더욱 탄력이 받은 모양새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서 '완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인데요.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추가 진입이나 은행의 인가를 쪼개는 식의 특화은행을 시장에 들이는 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업의 인허가 단위를 나눠 은행 업무를 주요 기능별로 구분하고 기능별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스몰라이선스'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촉진을 위해 은행의 시장진입이 용이하도록 한 영국의 '챌린저뱅크'가 방법론과 예시로 거론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챌린저뱅크 모델의 경우 선도적으로 도입한 영국에서 자리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팬데믹의 영향으로 디지털뱅킹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며 챌린저뱅크 중 하나인 디지털뱅크의 개인 계좌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증가했습니다. 다만 계좌 개설이 쉬워 소비자의 대부분이 제2의 계좌로 이용하면서 계좌 수만 급성장했을 뿐 예치금은 전체의 1.2%에 불과합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발간한 '영국 챌린저뱅크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챌린저뱅크의 비약적인 성장에도 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은행은 소수에 그친다"고 했습니다. 시중은행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자신들이 분석한 내용을 뒤집고 다시 챌린저뱅크 도입을 검토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며 경쟁시스템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당국에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인터넷은행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권의 과점으로 인한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일이 아닌데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카카오뱅크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메기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결과적으로 이자이익에 기대고 있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합니다.
 
새 금융업자가 우후죽순 생길 경우 감독 과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소비자·예금자보호, 금융시스템 안전성, 건전성 규제 등 감독당국의 역할과 관련 규제 또한 같이 손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학계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쟁자 수를 늘려 완전경쟁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며 "곧 은행이 M&A로 없어지거나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업 본업을 흔들기 보다는 금융소비자에 가격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불합리한 영업관행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플레이어 숫자를 늘리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은행체계 안에서 개선점을 도모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10개가 더 생긴다고 해서 이자상승기 은행은 지금과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자수익에 치우친 수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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