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 들어 주주 환원과 지배구조 개선, 행동주의 등이 시장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요인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률이 연초부터 개선되고 설정액도 크게 늘었는데요. 전문가들은 ESG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투자 설명서에 ESG와 관련 자세한 운용 전략이 부재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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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ESG 펀드 설정액 규모는 3조7091억원으로 연초 대비 5908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SRI 펀드 역시 3조9287억원으로 6329억원 증가했습니다.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ESG 주식 펀드 가운데 연초부터 자금 유입이 가장 컸던 펀드는 트러스톤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25억원을 흡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17억원이 몰린 한국투자지속가능미국와이드모트증권자투자신탁H(주식)(모)가 뒤를 이었으며, 15억원이 유입된 삼성글로벌배당귀족ESG증권자투자신탁H[주식]가 3위에 올랐습니다.
ESG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10.65%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미래에셋 TIGERMSCIKOREAESG리더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수익률이 10.8%로 가장 높았는데요. 이어 수익률 상위 주요 펀드는 한국투자ACEESG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10.76%,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C-W 9.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로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3년간 친환경(Environment) 측면에서 ESG가 부각됐다면
에스엠(041510)(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등으로 지배구조(Governance)의 테마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지요. ESG펀드는 친환경, 사회, 지배구조 점수가 우수한 기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SM과 은행업종을 편입한 ESG펀드의 경우 행동주의가 강화하면서 ESG 테마에서 크게 초과수익을 시현하기도 했습니다.
ESG 경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데요. 기업들은 ESG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되면서 ESG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정부 역시 ESG 공시 강화 등 책임 투자를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투자대상을 선택할 때 ESG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일부 운용사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해 ESG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투자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죠.
'그린 워싱' 우려 ↑…미국·유럽 사례 참고 해야
이 과정에서 ESG를 앞세웠으나 실제 내용은 일반 펀드와 유사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상품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예요. 펀드의 종류를 명확히 구분하고 적합한 공시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의 ESG관련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안을 내놨으며,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금융 공시 규정 이행을 위한 기술 기준서를 집행위원회에서 채택했어요.
국내에서도 펀드 명칭과 투자설명서에서 ESG 관련 내용을 표시하거나 언급할 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ESG펀드의 경우 구체적인 투자 유형과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이행과정과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ESG 투자를 표방하는 주식·혼합형 펀드는 100가지가 넘지만, 투자 설명서에서 ESG 요소를 담아 어떻게 투자전략으로 실행하느냐에 대한 설명은 자세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상품 간 비교가 가능해 투자자가 선택하는 데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ESG 관련 정보공개를 보다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SG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면서 금융 당국은 해외 선진 사례 등을 참고해 ESG 펀드 공시 기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ESG 펀드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운용 실적과 ESG와의 연관성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김호정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ESG 공시가 자리 잡으면 E는 물론이고 S나 G부분이 보다 객관화되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현재는 ESG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투자자 관점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