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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시즌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
입력 : 2023-03-24 오전 7:23:54
 
벌써 벚꽃이 피었습니다. 지난주에 수원에서 벚꽃잎이 떨어지는 걸 봤는데, 오늘 명동거리를 지나다보니 벚꽃나무에 꽃이 잔뜩 피었더군요. 인스타그램에는 벚꽃축제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고, 음악 차트에는 벚꽃엔딩같은 봄노래가 순위권에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는 봄치고도 지나치게 따뜻합니다. 올해 벚꽃 개화시기도 평년보다 7일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가속화된 지구 가열화 때문입니다. 지구 가열화는 이미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고, 여름은 뜨거워지고, 꿀벌은 사라지는 등요. 따뜻한 날씨에 기분이 좋다가도, 이게 지구가열화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섬짓해집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는 지난 19일 드디어 6차 보고서를 냈습니다. 내용은 다소 어둡습니다. 2040년이 되기 전에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거란 겁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걸 통상 ‘티핑포인트’라고 하는데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겁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땅 속에 매장돼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이 방출되고, 이 탄소가스로 인해 다시 지구가 뜨거워지고. 지구가 뜨거워져서 메탄이 방출되는 무한 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서 이를 막아보고자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IPCC보고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에 대비해 43% 줄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이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암울하지만 지금과 같은 산업활동을 영위하면서는 감축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려워보인다는 점입니다.
 
총력을 기울여도 될까말까한 수준인데, 한국 정부는 이에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은 경제규모 10위의 선진국인데요,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선진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합니다.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땐 기후위기보다는, 기후온난화 정도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었는데요. 요즘 학생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감수성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민감하다고 합니다. 장차 지구의 주인이 될 세대이기도 하고, 학교 교육의 영향이라고도 합니다. ‘기후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도 있다고 하고요.
 
문제는 정책을 펼쳐야할 결정권자들은 기후 감수성이 떨어진단 겁니다.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있기는커녕 석탄 발전소를 늘리고, 탄소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실천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기후위기가 눈에 보이는데도 말이죠. 지난해에 화제가 됐던 영화 ‘돈룩업’ 처럼요. 하지만 눈을 가린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는 않죠. 정말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티핑포인트를 넘어 늦었을 때인데요, 대전환이 필요해보입니다. 가장 긴급한 의제로 설정해두고,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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