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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액생계비 대출 첫날…"50만원이라도 감사"
사전예약 못한 서민들 상담못해 '발 동동'
입력 : 2023-03-27 오후 4:29:33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이 돈(50만원)이라도 해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금리는 상관없어요. 이 돈으로 고시원을 얻어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불법추심업체에게 쫓기고 있어 찜질방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 모 씨는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 직후 50만원의 소액 생계비를 대출받은 뒤 안도감에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의 내구제대출 피해 상담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소액생계비대출은 그에게 '한 줄기의 희망'같았습니다.
 
그를 도망자 신세로 전락시킨 건 이른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대출이었습니다. 처음엔 부모님의 병원비 300만원을 위해 내구제대출에 손을 댔습니다. 돈을 빌릴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1대를 개통해 본인에게 넘기면 300만원을 바로 빌려주겠다는 불법 사금융업자의 유혹에 넘어간 겁니다. 하지만 해당 불법 대부업자는 김 모 씨 몰래 그의 명의로 휴대전화 8대를 개통하고 연락두절됐습니다. 그에게 명의를 빌려준 김 모 씨는 결국 1200만원이라는 휴대전화 기기값 폭탄을 맞았습니다. 이후 원금보다 훨씬 많은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불법 사금융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민사 소송에 얽히게 됐고, 민증상 거주지(파주)에 살지 못하고 여러 찜질방을 전전하게 됐습니다.
 
김 모씨는 밤을 꼬박 샌 덕분에 사전 상담 예약 시작과 동시에 접수에 성공했습니다. 상담 첫날인 이날 첫 번째 순서로 상담을 진행한 김 모 씨는 "새벽 6시에 나와서 기다렸다"며 "어떻게든 50만원이라도 받고 싶었다"고 안도했습니다. 김 모 씨를 비롯한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을 위해 전국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반면 상담조차 받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하자 불만을 터뜨린 이도 있었습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미리 온라인으로 접수하지 않은 경우 상담을 받을 수 없습니다. 9시 첫 상담이 시작하기 전부터 센터를 찾은 권 모 씨는 "몸이 안 좋고 하니까 생활비에 보탤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침 일찍 6시부터 망우동에서 출발했다"며 "지난주부터 계속 전화를 했는데 통화 중이라고만 하고 한 통도 받지를 않아서 성질나고 답답하니까 찾아왔는데 상담이라도 해주지, 또 돌아가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외에도 '할 줄을 몰라서 예약을 못 했다',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결국 찾아왔다' 등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상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서금원 관계자는 "예약을 해놓고 오지 않은 자리를 기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불가능하다"며 "대기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현장 예약과 상담을 원하고 오는 분들에게는 전화예약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당장 50만원, 100만원을 구하지 못하는 취약 차주가 많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을 막아줄 수 있는 정책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금리인데다 대출 한도가 턱없이 낮은 탓에 당장 급한 불끄기만 가능한 정도의 '언발의 오줌누기식' 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겁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접수된 불법추심 관련 피해 상담은 271건으로 같은 기간 전년(127건)과 재작년(111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아울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미등록대부,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모두 1177건을 적발하고, 2085명을 검거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에 대부업체마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많은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린겁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소액생계비대출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서민,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그 금액가지고 어림도 없다"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은행권뿐 아니라 정부, 국회 차원에서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어려운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라며 "이같은 대출은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에서  처음 시작한 것인데 빌려간 이들이 빼먹지 않고 90%이상 갚았기 때문에 우리도 좀 더 낮은 금리로 더 큰 금액을 빌려줄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책 금융 지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법정 최고금리 인상 논의 등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니까 수지타산이 안맞아서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안해주는 차주들이 늘었고, 이들이 지금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상황"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언발의 오줌누기 식 대책이 나온 것인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실 지금 빌려간 사람들 중에서는 못 갚는 이들도 많을텐데 정부가 나서서 신용도 안좋은 사람에게 국민 세금을 투입해 새로운 정책 금융상품을 출시한다고 하면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액생계비대출 홍보 포스터.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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