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광장 분향소 이전을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간의 대화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제안한 합동운영기간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화마저 결실을 보지 못할 경우 갈등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광장 분향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일 '대화 중'…4월1일 합동운영 전망 어두워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27일 “아직 이견이 크게 좁혀진 것 같지는 않다”며 “계속 대화를 하고 있고 이번 주에도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일 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모든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합동운영기간을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2월4일 서울광장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서울시가 보여온 태도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당초 서울시는 분향소 설치 직후부터 불법·무단 시설물로 규정하며 행정대집행과 철거를 추진했으며, 이후엔 보류 후 대화로 한 발짝 물러선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서울시의 제안에도 유가족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시의 합동운영기간 제안이 4월5일 철거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입니다. 4월5일이 희생자 159명의 의미를 담은 참사 159일째 되는 날이기는 하지만, 유가족 측은 운영기한을 서울시 편의대로 정하는 것에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유가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들 그 어떤 것도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159명의 희생자들을 온전하게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자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서울광장 분향소를 한동안 더 유지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마지막 조문을 받는 날은 서울시가 아니라, 유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 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실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족 측 전국으로 특별법 서명운동 떠나
서울시가 제안한지 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 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출발해 내달 5일까지 전국을 다니며 독립적 조사기구 특별법 설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내달 5일까지 합동운영기간이 아닌, 서명운동을 위한 전국 각지에서의 서명캠페인, 간담회, 문화제 등의 일정이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내달 5일엔 이태원 참사 159일 추모대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유가족 측이 사실상 내달 5일 철거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대로는 합동운영기간 운영 역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서울시의 이번 제안마저 결국 수포로 돌아갈 경우 또다른 상황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유가족 측 관계자는 “한 유가족에게 서울광장 분향소가 어떤 의미냐 물어보니 ‘집과 같은 존재다. 우리 가족 사랑하는 가족의 영정이 여기 모셔져 있다’고 얘기했다”며 “열흘 일정 잘 마치고 이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햇습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