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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방문’ 전두환 손자, 5월 영령 찾아 31일 사죄 행보
31일 5월 단체 만남 시작해 사죄 기자회견 행보
입력 : 2023-03-30 오후 3:58: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를 방문해 5월 영령들을 찾아 무릎 꿇고 사죄합니다.
 
5월 단체들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광주에선 사죄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마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29일 오후 석방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며 5·18 유족인 고(故)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 5·18 부상자회, 공로자회 등 단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18 유족, 피해자 만남, 민주묘지 참배 예정 
 
30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씨는 31일 오전 9시50분쯤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할아버지인 고 전두환씨를 대신한 사죄에 나섭니다.
 
전씨는 첫 일정으로 오전 10시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및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과 약 10분간 차담회를 갖습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양재혁 유족회장, 황일봉 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등이 전씨와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차담회 직후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전두환 등 신군부의 총칼에 희생당한 5·18민주화운동 유가족·피해자와 만납니다.
 
이 자리에는 5·18 당시 아들 문재학 열사를 잃은 김길자 여사와 3공수여단의 광주교도소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조시형씨 등이 함께합니다.
 
김길자씨는 5·18민주화운동 학생 시민군이었던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입니다. 부상자 김태수씨는 1980년 5월21일 저녁 광주교도소 앞에서 총을 맞아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고통받아왔습니다.
 
이후 전씨는 할아버지에 의해 이뤄진‘1980년 5월 광주 학살’ 사죄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고 전씨 본인의 방문목적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소회 등을 전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씨는 5·18기념공원 내 4296명의 피해자 명패가 간직된 추모승화공간으로 이동한 뒤,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월 영령들에 참배할 계획입니다.
 
전씨는 방명록에 방문 소감 등을 남기고 헌화한 후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중 가장 어린 ‘오월의 막내’ 전재수군의 묘소를 찾을 예정입니다. 5·18 진상규명 의지를 담아 행방불명자들의 영령들이 자리한 묘소도 찾습니다.
 
전씨는 민주묘지 참배 이후 전일빌딩과 구 전남도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조사를 마치고 석방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광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한 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5월 단체들도 환영 입장 밝혀
 
전씨의 사죄행보를 두고 5월 단체들도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성국 5·18공로자회장은 “전씨를 따뜻하게 맞아서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그를 거울삼아 다른 가족들도 이번 계기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은 “그는 숨어 살아도 상관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죄를 직계 가족인 본인이 씻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왔다”며 “이는 일말의 양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한 용기있는 행동을 칭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전우원씨의 방문이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숙원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처벌을 무릎쓰고 대한한국에 방문해 광주에 내려왔다는 점에서 그의 노력을 그대로 보려고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위원회는 그간 전두환과 노태우의 측근과 가족 등을 통해 5·18에 대한 사과·진상규명 의지를 보여달라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최근 노태우씨의 유족들은 우원씨의 행동에 대해 가족 간 (사죄·진상규명 입장 표명에 대한) 합의가 끝났다고 연락을 해왔다. 우원씨의 증언 등을 계기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진실한 고백의 뒤로 화해 정서가 성립돼야 할 것이다”며 “우원씨가 광주에서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증언과 해명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3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호텔 앞에서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우원 “억울한 마음 풀어드리고 싶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전씨는 30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전두환씨의 차남 재용씨와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인 전씨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씨 일가가 은닉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폭로와 함께 본인과 지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또 5·18피해자들에게 사죄할 뜻을 밝히며 귀국길에 올라 이번 광주 방문이 이뤄졌습니다.
 
전씨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이라며 “많은 분이 천사 같은 마음으로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의미 있는 기회이자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 피해자분들,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원한도 많을 것 같다”며 “늦게 와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늦게 온 만큼 저의 죄를 알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3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호텔 로비에서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씨, 호텔서 숨 고르며 5·18 공부
 
전씨는 31일 사죄 행보를 앞두고 이날 호텔에서 머무르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장시간 비행과 경찰 조사에 이어 곧바로 광주를 찾은 전씨로서는 귀국 후 첫 휴식입니다.
 
전씨는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오는 31일 5월 단체들과의 만남에 앞서 5·18 관련 내용을 공부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전씨는 “내일 중요한 자리인 만큼 오늘 잘 준비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며 “오늘은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가 자라온 환경과 들어오던 얘기로 인해 (광주에 대해) 좋게 보지 못했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 기회를 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줘 감사하다”며 “소중한 기회를 주신 만큼 실수하지 않고 상처받은 분들 마음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향해서는 “저희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라”며 “최소한 진정으로 사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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