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모텔 투숙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해자 가족이 받은 유족구조금을 가해자인 장대호에게서 받을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피해자 A씨의 배우자와 아들이 장씨와 장씨가 일했던 모텔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업주의 부담분에 대해 유족구조금을 공제하도록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장씨는 2019년 8월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 A씨가 시비를 걸고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습니다.
A씨의 유족은 장씨와 그의 고용주인 모텔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구조금으로 8800여만원을 지급받았습니다.
1심은 장씨와 업주의 책임을인정하고 피해자의 일실수입에서 유족들이 받은 유족구조금 상당액을 공제해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2심은 손해배상금을 총 6억3000여만원으로 판단한 뒤 장씨와 업주가 공동으로 4억8000여만원, 장씨 단독으로 1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유족이 이미 구조금을 받았으므로 장씨와 업주의 배상금 4억8000만원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사용자가 더 적은 금액을 내야 하는 경우 구조금은 다액채무자인 범죄자 본인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에서만 공제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공동으로 부담하는 부분에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면 장대호가 변제 능력이 없는 경우 유족이 그 위험까지 부담하게 돼 채권자로서 지위가 약해진다"며 "유족이 손해배상의 일부에 불과한 구조금을 받은 것은 장대호가 단독으로 부담할 부분이 소멸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범죄 피해자 측이 범죄자와 범죄자의 고용인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범죄자가 지급해야 하는 액수가 더 크다면 유족이 받은 구조금은 범죄자 본인 부담분에 대해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한강에 유기한 피의자 장대호가 지난 2019년 8월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