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윤민영 기자]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무속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CCTV에 "천공이 없다"며 사실상 수사를 착수한 지 넉달만에 사실상 종결 수순을 보였습니다.
압수수색도 의혹관련 고발 100일만에 '뒷북'으로 이뤄지더니 경찰의 천공 조사 또한 불투명합니다. 경찰의 '수사의지' 부족으로 이 의혹의 수사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반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된 수사 속도는 재빠릅니다. 김종대 전 의원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이미 받은데다 압수수색도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수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천공은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조사가 어렵다면서, 한쪽은 이례적으로 빠른 수사를 진행하는 '이중잣대' 라는 평가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사진=뉴시스)
경찰 "천공 CCTV에 없다"는데…풀리지 않는 의혹
1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천공과 관련한 CCTV를 확보해 분석을 종료했습니다. 전날 서울경찰철 관계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CCTV를 확보해 분석을 종료했다"며 "3월 한 달 영상은 용량이 4테라바이트, 영화 2000편가량의 분량을 확보해 다 분석했는데 천공이 나오는 영상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CCTV에 '구멍'이 있다는 점입니다. 흐릿한 화질과 일부 시간대의 영상이 없다는 점에서 경찰 조사에 대한 신빙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덧씌워져 일부 삭제된 영상이 있을 수 있다"며 "복원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일축했습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천공의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전혀 관계없다"는 천공의 서면 진술서 제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천공이 의혹의 주요 참고인인만큼 이후에도 출석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지만 매번 "부른다"고 하고 김종대 전 의원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시점까지 거슬러가면, 4달째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환이 이뤄질지는 현재 경찰 태도로 봐서 미지수입니다.
이미 경찰이 천공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수차례 출석요구를 했다고 하지만 천공이 의견서를 지난주 제출한 것 외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이 CCTV 영상 확보에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천공의 경찰 소환조사도 명분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 없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뒷북 '압수수색'에 천공 휴대전화 위치기록 수사도 '비적극적'
압수수색 과정도 유독 늦었습니다. 경찰은 보안구역 수사 관련 절차상 어쩔수 없었다는 주장이지만 국방부 청사를 압수수색 한 시점은 의혹 관련 고발 100일만이었습니다. CCTV 영상 복원 및 확인은 4개월만에 '없다'고 결론 내리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한달 전쯤 CCTV 영상 복원 및 확인·분석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경찰이 "시간이 워낙 오래 지나 해당 시점의 영상을 복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CCTV 영상 특성상 하드디스크에 파일이 반복적으로 덮어지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었는데 실제 일부 영상을 '손실된 파일'로 치부해버렸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앞서 경찰이 천공의 휴대전화 위치 기록을 분석한 결과도 미진했습니다. 지난 2월 경찰이 천공 소유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위치기록을 분석했는데 작년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및 국방부 서울사무소 인근 기지국과 천공의 휴대전화가 신호를 주고받은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음 제대로 먹으면 '지옥 끝까지 가서 찾아낸다'는 한국의 경찰과 검찰 수사능력을 감안하면, 경찰 발표만으로는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듭니다.
법조계 "검경 모두 대통령부부 관련수사 의지 부족"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경찰 모두 대통령부부 관련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데 입을 모읍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검경 모두 대통령 부부 관련 수사가 미진하다는 것에 대해 그들이 부정해도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찰 스스로 의혹을 남긴 CCTV 영상이 일부 없거나 식별이 힘든 점의 원인을 스스로 규명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변호사의 경우 이번 CCTV 결과를 가지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는 "경찰이 작년 3월 한달을 모아 분석했는데 천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린 것은 증거가 없다고 볼 것"이라며 "다른 목격자가 실제로 봤다는 증언 등이 나오지 않는이상 진척되기 어려워보여 정권 말기나 돼야 실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서초동의 변호사는 "천공이 서면으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어서 경찰 조사가 이뤄져도 진술만으로 결정적 증거를 찾기 힘들듯하다"며 "참고인 신분으로는 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데 압수수색이든 피의자 전환이든 이뤄지려면 유의미한 정황이 있어야하는데 결국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씨나 주변 인물들 조사로 추가 단서를 찾는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하늬·윤민영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