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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리모델링 최대어' 남산타운 저평가 맞나
통합추진위 주민동의율 58%…노년가구 설득 쉽지 않아
입력 : 2023-04-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리모델링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가 조합설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주민 주도와 서울형으로 나뉘었던 리모델링 추진 주체가 최근 '남산타운 리모델링 통합추진위원회'로 합쳐진 이후 주민동의율 58%를 달성했는데요. 추진위는 사무실에 방문만 해도 사은품을 증정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리모델링 동의서를 받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단지 내엔 추진위 발족을 축하하고 빠른 조합설립을 응원한다는 대형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리모델링 추진 박차…1가구1주택자 시큰둥 
 
남산타운아파트는 준공 22년 차를 맞은 총 5150가구 대단지입니다. 서울 지하철 버티고개역·약수역·금호역과 인접한 트리플 역세권인 데다 서울 도심이라는 입지적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5150가구 중에는 2034가구 임대주택이 포함돼 있습니다. 남산타운 리모델링은 길 건너 별동으로 떨어져 있는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추진되며, 리모델링이 끝나면 467가구가 늘어날 예정입니다. 리모델링이 이뤄지면 단지 내 경사, 주차 등의 문제가 개선돼 가치가 상승할 텐데, 노인 세대가 꽤 많아 동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남산타운아파트 정문 출입구 전경. 서울 도심에 위치한 총 5150가구의 대단지 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단지 곳곳에 걸려 있는 리모델링 관련 플래카드. (사진=홍연 기자)
 
노인들은 은퇴 후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분담금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이 때문에 조합이 설립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비용 부담으로 사업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또, 리모델링이 끝나도 차익 내고 되팔 것이 아니라서 집값 상승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1주택자도 많습니다. 괜히 세금만 더 많이 낸다는 것이지요. 
 
학군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리모델링만으로 가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남산타운아파트는 단지 내 중학교가 없어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의 장충중학교나 장원중학교로 가야 합니다. 학원가도 형성되지 않아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세대가 많습니다.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자녀 없는 부부나, 자녀교육을 마치고 '숲세권'에서 살고 싶어 하는 노년층 비중이 높은 것도 여기에 기인하겠죠. 
 
단지와 인접한 쌈지공원.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단지 내 트인 남산 조망으로 2억원 가량 비싼 로열동 중 하나인 3, 4동의 모습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숲세권·직주근접 강점…호재는 매가에 반영 
 
남산타운아파트 뒤편으로는 매봉산, 쌈지공원, 응봉근린공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지 공간이 풍부해요. 매봉산과 연결된 산책로가 있어 산책과 운동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일부 세대에서는 매봉산, 남산, 한강 등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출입구를 기준으로 우측에 위치한 3, 4, 5동은 버티고개역과 가깝고 남산과 서울타워가 보여 주민들이 선호합니다.
 
반면 단지 안쪽에 위치한 세대의 경우 앞뒤가 막혀 있어 답답한 편입니다. 오르막길 경사도 심합니다. 일부 ㄱ자형 동에서는 다른 집 거실이 보여 불편할 수도 있겠더군요. 뷰를 누릴 수 없는 동들은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어요.
 
이런 점들은 시세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로열동인 4동의 시세와 호가는 다른 동들보다 최대 2억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4동에서 나온 매물은 없다"며 "14억5000만원 정도로 맞춰볼 만한 물건이 있긴 한데, 집주인이 팔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조망만큼 중요한 게 교통일 텐데요. 옥수역을 오가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 후문 쪽에 가까운 동도 선호도가 높습니다. 해당 동은 어린이도서관과 체육시설을 갖춘 남산타운 문화체육센터와 동호초등학교가 가까운 것이 장점입니다. 교통, 뷰, 이용시설 등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겠네요. 
 
남산타운아파트 후문 전경. 인근 동에서는 옥수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용이합니다. (사진=홍연 기자)
단지 뒤편으로 자리하고 있는 서울방송고등학교와 동호초등학교. (사진=홍연 기자)
 
오래된 단지라서 주차공간은 세대당 0.84대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돼 있지 않아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차량으로 유모차를 실어 날라야 하는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특히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겠죠. 이동이 불편해 웬만하면 지하3층 주차장에는 차를 세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장이 가깝고 자연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실거주하기 괜찮은 아파트지만,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엔 다소 망설여질 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리모델링 기대감은 매매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고 사업이 가시화된 단계는 아니어서 최소 7~8년은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죠.
 
단지 옆에 있는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15억~17억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남산타운아파트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12억원대에 사서 추가분담금을 내고 나면 실제 투자이익률이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시공비와 금리 상승으로 분담금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비 조합 부담금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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