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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치 양극화 시대, 좋은 정책은 어떻게 가능한가?
입력 : 2023-04-27 오전 6:00:00
정치 양극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좋은 정치와 좋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미시정치학’과 ‘거시정치학’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시와 거시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분류법이다.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은 작게 보는 것이다.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은 크게 보는 것이다. 그러나, Micro와 Macro는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진짜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다. 
 
미시경제학은 ‘행위자’를 중심으로 본다. 경제의 실제 행위자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얼마만큼 생산량과 소비량을 결정하는지 다룬다. 반면, 거시경제학은 ‘나라 전체’를 다룬다.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실업자는 왜 생기는 것인지 등을 다룬다.
 
거시경제학의 탄생은 1929년 대공황의 산물이다. ‘개별 행위자’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 ‘경제 전체’는 더욱 안 좋아지는 상황을 겪으며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저축의 역설’이다. 대공황이 발생하면, 가계의 소비주체는 소득이 줄어든다.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를 줄인다. 소비를 줄일수록,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즉, 개별 행위자의 합리적 선택은 경제 전체의 불합리한 결과로 연결된다. 논리학에서는 ‘구성의 오류’라고 표현한다. 
 
미시정치학과 거시정치학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미시정치학은 ‘행위자’ 중심의 정치다. 거시정치학은 ‘나라 전체’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다. 경제학에서 기업가는 이윤 추구를 가정하듯, 정치가는 당선 가능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 좋은 정치의 최고 경지는 ‘상대방의 타당한 주장’을 낚아채는 것 
 
미시정치학의 관점에서, 좋은 정책이란 무엇일까? ‘표가 되는’ 정책이다. 거시정치학의 관점에서, 좋은 정책이란 무엇일까? ‘나라에 좋은’ 정책이다. 표가 되는지, 나라에 좋은지 여부를 기준으로 우리는 4분면 개념도를 만들 수 있다. ①표가 되고 + 나라에 좋은 정책 ②표가 되고 + 나라에 나쁜 정책 ③표가 안되고 + 나라에 좋은 정책 ④표가 안되고 + 나라에 나쁜 정책이다. 
 
 
정치 행위자 입장에서 좋은 정책은 ①번과 ②번이다. ①번이면 더욱 좋겠지만, ②번이어도 관계없다. ②나라에는 나쁘지만 + 나에게는 표가 된다. 바로 ‘포퓰리즘’ 정책들이다. 
 
거시정치학 관점은 달라진다. ‘나라 전체’에서 보면, 좋은 정책은 ①번과 ③번이다. ①번이면 더욱 좋겠지만, ③번이어도 관계없다. ③표가 안되도 + 나라에 좋은 정책이면 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나라에는 좋은데 표가 되지 않았던 대표적인 정책은 1977년 박정희 정부의 부가가치세 도입이다. 박정희 정부는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하게 된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에서 발을 빼는 이유도 같다. 나라에는 좋지만, 표를 잃을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정치 양극화 시대, 표에도 도움되고, 나라에도 도움되는 정책 만들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 진영의 타당한 주장’을 가져오는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를 가져간 경우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가져왔기에 이슈가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중도표도 빼앗아 왔다. 표에도 좋고, 나라에도 좋았다. 정치 양극화 시대, 좋은 정치의 최고 경지는 ‘상대 진영의 타당한 주장’을 낚아채는 것이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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