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부터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기조를 밝히자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대입에 반영할지, 반영 정도는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할지 등이 모두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대학 현장에서는 학교 폭력 조치사항 수위에 따라 정량적으로 점수를 깎는 '감점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활용한 '정성평가' 등의 방식이 거론됩니다.
학폭 대입 반영, '감점제'·'정성평가' 등 두고 대학별로 의견 갈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의 경우 학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2026학년도부터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8월 확정할 예정인 '2026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기본사항'에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기본사항은 각 대학 입시 전형의 기준이 되는 지침으로 대학은 이를 벗어난 전형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학별로 전형 방법이 다양한 만큼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대입 반영 방식이나 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겼습니다.
이를 두고 대학들은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각 대학은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어떤 방식으로 대입에 반영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현재 서울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감점제'입니다. 서울대는 대입 정시의 경우 학교 폭력 징계 수준에 따라 수능 성적에서 1~2점을 깎습니다.
서울 A대학의 입학처장은 "아무래도 서울대가 이미 '감점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그 사례를 참고하는 대학이 많지 않겠냐"며 "우리 대학도 일단 서울대의 방식을 참조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부를 활용한 '정성평가' 방식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B대학 입학처장은 "비슷한 내용의 학교 폭력 사안임에도 각 교육청이나 학교마다 징계 수준이 다른 경우가 있어 딱 조치사항으로만 감점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학생부를 활용한 '정성평가'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자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정부가 오는 2026학년도부터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기조를 밝히자 대학들이 반영 방식과 정도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 폭력 조치사항 대입 의무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학폭에 따른 불이익의 적정 수준도 고민…"1점 감점도 크지만 사회적 인식 달라"
'감점제'나 '정성평가' 등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학교 폭력 조치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는 게 적절한지를 정하는 것 역시 큰 고민입니다. 정부 방침에 맞게 실효성 있는 불이익을 줘야 하지만 너무 과한 불이익을 주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수도권 C대학 입학처장은 "만약 '감점제'를 하게 된다면 실제 입시 현장에서는 1점만 깎여도 당락을 가를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2점을 깎이고도 서울대에 합격해 논란으로 번진 게 부담"이라며 "감점 정도를 적게 하면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까 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감점 정도를 크게 하면 형평성 등 다른 문제 제기가 있을 수도 있어 적정 수준을 찾는 게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대입 정시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 중심인 만큼 '정성평가'는 힘들고 '감점제'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방식"이라며 "'감점제'를 하게 되면 학교 폭력 조치사항에 따라 몇 점을 깎을지가 핵심이다. 감점 폭이 너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서도 안 되지만 너무 형식적으로 반영해 유의미하지 않게 되더라도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오는 2026학년도부터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기조를 밝히자 대학들이 반영 방식과 정도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수원시 장안구 수일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