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한강변에 자리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고 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인데요. 서울 전역 한강변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35층 높이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도 올해 초 확정·공고되면서 앞으로 고층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습니다.
가양동 일대에서 분양한 2, 3, 6, 9단지 중에서는 3단지(강변)와 6단지가 사업 추진 속도는 가장 빠릅니다. 급행정차역인 9호선 가양역과 가까워 입지가 좋거든요. 3단지는 지난 18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6단지는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단지는 1992년 12월에 준공해 올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막 넘겼습니다. 총 1556가구 규모의 한강변 대단지인 데다 가양역과 인접해 가양6단지와 함께 가양동의 핵심 단지로 꼽힙니다.
전용면적 34, 39, 49㎡의 소형 평수로 구성된 단지로 용적률이 212%로 높아 당초 3단지 주민들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서울시의 층수 규제,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입어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고 재건축 사업 추진위원회로 다시 꾸린 것입니다.
강변3단지 전경. 총 12동, 1556세대가 거주 중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재건축으로 선회한 강변3단지는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단지 가운데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사진=홍연 기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시세에도 반영됐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의 매물 정보를 종합하면 현재 3단지 전용면적 49㎡의 호가는 7억 선에 형성돼 있습니다. 한강조망이 가능한 고층 매물의 경우에는 8억5000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 정도 더 높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같은 면적이 6억5000만원에 매매됐습니다. 이후 호가가 조금씩 올라가는 중입니다.
가양6단지 역시 같은 해 준공된 1476가구의 대단지입니다. 가양동에선 용적률이 192%로 제일 낮고, 대지 지분도 상대적으로 높아 전용면적 58㎡가 2021년 8월에는 9억9500만에 거래되기도 했어요. 현재는 호가가 8억선입니다. 전용면적 49㎡도 그해 9월에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호가는 3단지와 비슷한 7억원 선입니다.
가양동 핵심 단지로 꼽히는 6단지 모습. 예비안전진단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6단지는 용적률이 192%로 낮고, 대지지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재건축 외에도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CJ 부지에 삼성동 코엑스보다 큰 규모의 복합 상가가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에 한때 집값도 들썩였는데요. 그중에서도 성재중학교와 동양고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CJ부지와 바로 마주 보고 있는 가양2단지가 최대 수혜지로 꼽힙니다. 공장부지에서 탈바꿈하는 상가를 이용할 수 있고 또 역을 오가는 것도 편리해지거든요. 지금 인근의 양천향교역을 가려면 CJ부지를 관통하지 못하고 허준로와 강서로를 따라 멀리 돌아가야 했는데, CJ부지가 개발되면 학교 사이로 통행로가 생겨 시간이 크게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1624가구 규모로 용적률 195%인 가양2단지(성지)는 재건축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최근 강서구청이 지난해 9월 내줬던 건축협정 인가를 기부채납 등의 문제로 올해 2월 취소하면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매매 계획이 있다면 향후 사업 재개 여부를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부천 대장지구와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이어지는 대장홍대선이 가양역을 지나는 것도 큰 호재입니다. 오는 2025년에 착공하는 대장~홍대선이 예정대로 2031년에 개통하면 일대 교통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겠죠. 여기에 여러 개발이 완료되면 가양동은 서울 서남부를 대표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CJ부지 개발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가양2단지(성지). (사진=홍연 기자)
가양2단지(성지)아파트 앞에 위치한 성재중학교 전경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실거주하기엔 어떨까요. 노후한 건물이라 소음, 악취 등 문제는 있다고 합니다. 두 단지 모두 주차난도 겪고 있습니다. 6단지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0.45대, 3단지는 0.39대에요. 평일 오후 2~3시에도 단지 내 지상 주차장엔 빈 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 3단지는 6단지보다 동간 간격이 좁고, 302동과 303동처럼 서로 거실을 마주 보는 배치가 일부 있습니다. 6단지는 최근 엘리베이터를 교체 중입니다.
단지 뒤로는 족구, 베드민턴장 등이 있는 근린공원이 있고 산책로를 오가며 운동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 있는 나들목을 이용해 한강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가양9단지(9-2)는 이마트 가양점 부지개발사업의 호재가 기대되는 곳입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폐점한 이마트 가양점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8층의 주거형 오피스텔과 판매시설을 지을 예정입니다. 다만 910동, 912동의 경우 건물이 올라가면 조망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주의해야 합니다. 이마트 폐점 전까지는 마트 이용이 편리하고, 증미역과 5분 거리로 주변 단지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비쌌다고 합니다. 이곳은 용적률 196%로, 본격적인 정비사업 추진이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단지별로 크게 가격 차이는 나지 않지만, 가양대교와 가양역이 가까운 6단지를 대장급으로 보고 있습니다. CJ·이마트 부지개발, 급행 선호도, 대지지분 등 단지별 장점이 달라 수요자마다 선호도는 조금씩은 다르겠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부터 가격이 하락했지만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으로 조금씩 반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재건축만 보고 매매하기엔 걸림돌이 많아요. 인근 중개업소나 주민들은 재건축까지 10~1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재건축 사업이 대개 그렇듯 착공까지는 지난한 인허가 과정이 필요하겠죠. 3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말이 있어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제도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평가 지역으로 꼽혀 이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고 호재는 시세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어 자녀가 크기 전까지 '몸테크'를 각오한 이들의 수요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 초기화 단계이고,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단계별로 계단식 가격상승이 나타는만큼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이마트 가양점.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해당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8층의 주거형 오피스텔과 판매시설을 지을 예정입니다. 뒤로는 9단지가 보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정문에서 바라본 9-2단지의 모습. 가양점 부지개발사업의 호재가 기대되는 곳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