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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 성과급 줄인다더니…현대카드 정태영엔 손놓은 당국
실적 안 좋아도 연봉은 금융권 '톱'
입력 : 2023-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당국이 '돈 잔치' 논란을 촉발한 금융사 성과보수체계를 손질하고 나섰지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마저도 열외였습니다.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관계사 임금까지 합치면 지난해 수령한 연봉만 110억원이 넘습니다. 카드사 실적이 저조한 데 비해 연봉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시장 영향력이 큰 은행과 금융지주사만 겨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픽=뉴스토마토)
   
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지난해에만 수령한 연봉은 총 112억9600만원으로 국내 카드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체 연봉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고액 성과급 지탄을 받는 건 현대카드 실적에 비해 과다한 연봉을 받고 있어서입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39억5700만원으로, 7개 전업카드사 중 5위에 그쳤는데요. 전년 3141억원 대비 19% 줄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153억원으로 22.5% 쪼그라들었고, 영업비용은 2조7008억원으로 15% 늘었습니다.
 
112억이라는 고액 연봉에는 정 부회장이 부회장·대표이사 등을 겸직한 관계사 임금도 포함돼 있기는 합니다. 현대캐피탈에서 74억7300만원, 현대커머셜에서 18억8200만원을 각각 받았는데요. 현대카드에서 수령한 연봉으로만 계산하더라도 많이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의 칼날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올 들어 당국은 금융권이 지난해 금리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이자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판단, 과도한 보수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결과물로 내놓은 성과급 제동 방안은 성과급 이연 지급제도 기준을 상향하고, 세이-온-페이(say-on-pay·주주 투표로 경영진 보수 결정) 같은 장치로 실적과 기업가치 제고 대비 과도한 연봉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성과급 이연 지급제도는 성과급을 이연 기간에 맞춰 나눠 지급하는 제도인데, 이 기간 중 손실 등의 사유 발생 시 이연된 성과보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연 비율을 기존의 40%에서 50%로, 이연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인데, 특히 손실의 범위에 금전 손실뿐 아니라 명예훼손·평판 손실까지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업 실적과 평판 손실을 판단해 성과급 이연 지급을 결정하는 주체는 현대카드 이사회 내 위원회인 보수위원회가 결정합니다. 현대카드 이사회 의장은 현재 정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데요. 보수위원회가 별도로 있다고는 하지만 '셀프 연봉 책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세이-온-페이' 제도의 경우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지급계획에 대해 '주주의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나온 대책인데요. 주주들에게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정 여부 등 의견을 내도록하는 겁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금융회사에 대해 '세이-온-페이'가 적용된다고 명시한 만큼 비상장사인 현대카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주주 감독을 받는다해도 현대자동차, 현대커머셜이 30%가 넘는 현대카드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내부 계열사들에게 엄정한 집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당초 은행과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시작한 성과급 체계 개편이다보니 비은행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 영향력이 큰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내놓은 성과급 체제 개편안은 우선적으로 명시된 대상에 대해서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현대카드 사업보고서 내 지난해 주주 지분 비율)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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