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휴대폰 기반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화에 불을 당겼습니다. 그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삼성전자까지 삼성페이 유료화에 시동을 걸면서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습니다.(사진=뉴시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에 따라 카드업계는 '수수료 불똥'이 튀었습니다. 애플페이는 고객이 이용할 때마다 카드사에 일정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목을 맨 건 회원 수를 확보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의도 때문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한국에서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삼성전자까지 나서서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를 검토 중입니다.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별도의 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카드사 결제 수수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페이 유료화에 대해) 정식적으로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애플페이 도입이 결제 채널을 확대한 것에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수수료 부과 체계가 애플페이 기준으로 자리잡으면 카드사 수익 악화는 예견된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페이, 삼성페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편결제사들이 있지 않느냐. 삼성페이 유료화를 시작으로 페이코, 네이버페이 등에서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며 "고객 충성도가 높은 페이에서 카드 이용이 어려워지면 고객 이탈이 있을 수도 있고 시장점유율 하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일 평균)은 7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습니다. 이 중 삼성페이 등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1853억원이 넘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는 이미 수수료를 통한 본업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에 간편결제 시장에서 영향이 큰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 결제 수수료가 더해진다면 카드사들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이전 4.5%대에서 지난해 14차례에 걸쳐 1.5%까지 인하된 바 있습니다.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를 소비자 및 가맹점에 전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다시 말해 삼성페이가 유료화되더라도 수수료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났을 때 고객 할인 혜택과 무이자 할부서비스 등을 축소하는 형태로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결국 소비자가 페이 수수료 비용을 간접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