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빌라에 건설임대 공고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얼마 전 부동산 사무실에 갔을 때입니다. 제가 가고 싶은 동네가 하나 있는데요, 그곳 부동산을 돌아다녔습니다. 젊은 사람도 많고 활기찬 동네였습니다. 공인중개사님은 이 동네가 젊은사람이 많다고 소개해줬습니다. 원래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다 돌아가시기도 했고 임대료가 올라서 노인분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워졌다고요. 젊은 사람들은 낼 수 있는 수준이라서 자연스럽게 젊은사람들로 채워지게 됐다고 했습니다. "슬픈 일이네요." 말하니 그분도 "그렇죠."라고 했습니다.
방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고민하던 제게, 공인중개사님은 귀띔을 해줬습니다. 조만간 가성비 좋은 매물이 나온다고요.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그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구옥이긴 하지만, 같은 가격의 월세 매물에 비하면 넓은 평수에 올수리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살고있는 세입자가 수년간 거주했고, 나가길 원치 않는 상황이라면서요, 세입자는 월세를 올려서라도 더 거주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세입자가 나가길 원치 않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알고보니 현 세입자는 연세가 있는 어르신이라고 합니다. 집주인은 그를 내보내고 젊은 세입자를 받고 싶어 한다고요. 할머니인지 할아버진지, 이웃에 폐를 끼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씁쓸했습니다. 젊은 사람인 저로서는 이득이지만요.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에 맞지 않아 저는 그 집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다른 젊은 세입자가 들어오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 계약기간은 2년입니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짧습니다. 일주일 전 관련 칼럼을 읽었는데요, 그 내용에 따르면 독일민법은 무기한의 임대차계약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계약을 위반하는 등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 뉴욕주 RSL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주인이 계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온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다른 세입자로 교체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노인이 된다면 저는 안전할까요? 노인이 밀려나는 해당 동네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으로서 부채감이 듭니다. 월세 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 동네에 살던 어르신들은 어디로 밀려났을까요?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