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SK하이닉스(000660) 자회사 솔리다임이 하이닉스의 전문경영진과 하이닉스 열세였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분야 전문가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시너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1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11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과 데이비드 딕슨 솔리다임 부문장을 신규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를 결정하고, 지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세운 자회사입니다. 기업용SSD가 주력 분야입니다.
솔리다임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롭 크룩 인텔 부사장이었는데 이듬해 롭 크룩이 떠나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솔리다임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7개월 만에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과 딕슨 부문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입니다.
1975년생인 노종원 신임 대표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2003년
SK텔레콤(017670)에 입사해 2018년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이곳에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대표이사는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노종원(왼쪽), 데이비드 딕슨 솔리다임 대표이사. (사진=SK하이닉스)
때문에 이번 솔리다임의 신임 각자 대표이사에 노 사장이 낙점된 것 역시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가 향후 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CEO를 꾸준히 물색해온 솔리다임 이사회가 사업 최적화와 데이터센터SSD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노사장과 딕슨 부문장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사장이 솔리다임의 사업 발굴 등 전체적인 현안을 챙긴다면 회사의 주력 분야인 기업용SSD 등의 연구개발은 딕슨 신임 각자 대표이사가 주도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딕슨 신임 대표이사는, 인텔에서 28년간 몸담은 기업용SSD 전문가입니다. 특히 최근까지 솔리다임의 데이터센터그룹을 이끌며 SSD 개발 전략 수립은 물론 상품 기획까지 맡아온 인물입니다.
아울러 솔리다임이 대표이사 교체에 나선 건, SK그룹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들의 실적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반도체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2개 분기에서만 5조1035억원 적자를 냈고,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법인은 지난해 3조325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에서도 여러 분야를 담당하는
삼성전자(005930)는 메모리 반도체가 타격을 입어도 시스템 반도체에서 상쇄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낸드 플래시 제품에서도 매출이 발생하지만 모바일에서만 강점을 갖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모바일 낸드 제품에 강점을 가진 SK하이닉스와 기업용SSD에 특화된 솔리다임이 시너지를 내 SK그룹 반도체 사업의 추를 기존 D램에서 D램·낸드 양축으로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욱이 솔리다임의 주력 분야인 기업용SSD의 글로벌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7년까지 SSD 시장은 모바일이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대용량을 요구하는 클라우드 서버 등장으로 대용량 기반의 기업용SSD가 점유율을 역전해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2018년 12.2% △2020년 11.7% △2021년 13.7% △2022년 19%로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업용 SSD에 강점이 있는 솔리다임의 사업과 기술력에 정통한 두 경영자를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한 만큼, 양사 간 역량 결합과 시너지 창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양사 통합 제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 고객들에게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