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은행 현직 임원과 비은행 대표이사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4파전의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1강 3중의 경쟁구도로 정리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정합니다. 이에 앞서 내주 중에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해 2명의 우리은행장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말 자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롱리스트 명단을 선정했습니다. 롱리스트에는 우리은행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58),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58),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58),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57) 등 4명이 올랐습니다.
이들 모두 지난 3월 임 회장 체제 첫 인사에서 요직을 꿰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1월 용퇴를 결정하면서 '세대교체'를 거론하는 등 '젊은 행장' 이미지에도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중 이석태 부문장과 조병규 대표는 옛 상업은행 출신, 강신국 부문장과 박완식 대표는 옛 한일은행 출신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당시 전신인 한빛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탄생했습니다. 통상 출신별로 번갈아 행장을 맡아왔습니다. 현재까지 상업 출신 4명, 한일 출신 3명, 외부 출신 3명이 은행장을 지냈습니다.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입니다. 이번 숏리스트에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한 명씩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숏리스트에는 현재 우리은행 부행장인 이석태, 강신국 후보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최종 후보 선정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영업력을 강조한 만큼 업무 역량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임 회장은 "자회사들이 영업에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지주사가 명확한 전략 방향을 제시해 금융지주 체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후보들의 열위를 따져보기 어렵다는 분위기지만, 이석태 부문장이 유력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석태 부문장은 상업은행 출신인 데다 영업점 지점장을 지내는 등 리테일 경험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임 회장이 특정 은행 출신을 우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부문장은 은행 영업과 전략을 두루 맡아왔습니다.
이 부행장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서 압구정로데오지점장, 전략기획부장, 미래전략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단 상무, 신사업총괄 전무, 사업성장부문 부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 집행부행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손태승 전 회장 체제 때부터 우리금융 부사장직을 맡아온 만큼 경영 영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반면 강신국 부행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서 여의도중앙금융센터장, 자금부 본부장, 기업금융(IB)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쳤습니다. 기업 투자은행(IB) 전문가로 평가받기는 합니다만 은행 본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디지털 중심의 소매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조병규 대표는 우리은행과 타사업 간 연계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들은 계열사 대표이사로 영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우리은행으로 다시 자리를 옮길 경우 자회사의 경영 공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사진=우리금융 제공)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