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최초 도입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내막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줄어든 반면 체크카드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카드사 입장에서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결제 규모나 가맹점 수수료, 연회비 수익 등의 측면에서 실익이 적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29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4월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결제 금액은 7조6293억원으로 전달(7조7763억원) 대비 1.9%(1470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4월 이용액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유일하게 늘었는데요. 4월 현대 체크카드 결제 금액은 587억9300만원으로 전달 대비 33.2%(146억7700만원) 급증했습니다.
애플페이 출시 후 한 달간 결제액 추이를 봤을 때는 체크카드 이용액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체크카드를 주로 쓰는 카드소비층은 2030세대 등 젊은 세대인데요. 실제로 지난 3월21일 애플페이가 출시된 이후 현대카드로 유입된 신규 고객 대다수가 2030세대입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신규회원을 연령대별로 분석했을 때 20대가 51%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8%, 40대가 1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드별 회원수 증가율을 보면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쏠림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월별 이용실적 중 현대카드의 4월 개인 체크카드 사용가능 카드수는 30만8000장으로 전달 대비 4만2000매(15.7%) 늘었습니다. 체크카드 수가 늘어난 다른 카드사(신한·우리·하나카드)의 증가율이 1%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이 15배 가량 됩니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3월만 보더라도 현대카드의 체크카드 증가율은 48%에 달합니다.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 애플페이 도입으로 신용카드 유입효과를 본 것은 맞지만 그만큼 해지고객도 많았습니다. 현대카드의 4월 신용카드 신규 가입 회원은 16만6000명으로 신규 회원 수 1위를 기록했지만 카드 해지 고객 수도 급증했습니다. 신용카드 월중 개인 해지회원 수가 3월에는 5만5000명으로 전업 7개사 중 가장 적었지만, 4월에는 8만5000명으로 3위에 올랐습니다.
애플페이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다른 카드사들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체크카드 유입이 늘고, 신용카드 부문의 거래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측면에서 보면 신용카드가 체크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높은 데다 신용카드는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리볼빙 같은 연계 상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애플페이를 도입하려고 해도 수익성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신중한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