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불법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공급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특례보증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3곳에 불과해 정책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과의 조율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민금융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 상품을 공급하는 곳은 광주은행, 전북은행, 웰컴저축은행 3곳뿐입니다. DB 저축은행은 서울 거주자만 취급이 가능합니다.
출시 당시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4분기부터 웰컴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 3곳에서도 참여해야 합니다. NH 저축은행은 지난해 해당 상품을 진행했지만 약 1달 만에 당초 계획했던 자금(12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는 이유로 중단했고 다른 저축은행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엔 신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BNK저축은행, IBK저축은행, KB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도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반기 말까지 1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이들이 계획대로 상품을 취급할지는 미지수인데요, 상반기까지 11개 금융기관에서 해당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기존 계획과 크게 벗어난 상황입니다.
인프라 구축 문제,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조달금리와 대손율, 부실채권 관리와 건전성 관리 등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섭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100% 보증해 대위변제를 하더라도 이들이 갚지 못해 결국 부실채권으로 들어가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서금원 보증료율을 제외하면 금융권에 떨어지는 실제 이자 수익은 7% 수준이기 때문에 사회공헌 차원이면 몰라도 타상품에 비해 마진이 남지 않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인상기에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많아지면서 특례보증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12월 말까지 공급 목표액은 600억원이었는데요. 실제로는 1002억원이 공급됐습니다.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자 금융위원회는 추가경성예산을 편성 받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계획했던 140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2배 확대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사전 조율 없이 조급하게 추진하다보니 공급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3월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에 일부 금융권의 소극적인 참여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분들인 만큼 지원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은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지 않도록 다각도로 정책금융상품을 고민해 신용도 낮은 차주들도 제도권 금융 내에서 부끄럽지 않게 대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은행권에서도 서민금융상품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은 최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출시된 정책서민금융 상품입니다. 연체 이력 등으로 '햇살론 15'조차 이용할 수 없는 신용점수 하위 10%·연 소득 4500만원 이하 취약계층이 지원 대상입니다. 금리는 연 15.9%로 최초 대출 시 5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6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상환하면 추가로 500만원 내에서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