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지난 1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습니다. 높은 금리와 대출 규제 속에 신용대출은 크게 줄었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취급과 주택거래 개선으로 주담대가 늘어난 것인데요. 대출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2분기부터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미 월별 통계에선 4월부터 가계신용대출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입니다. 지난해 4분기(1867조6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0.7%) 감소했는데요. 관련 통계 작성이 이뤄진 지난 200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입니다.
대표적인 가계부채지표인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금액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판매신용을 더한 것입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을 보면 전분기보다 10조3000억원 감소한 1739조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3000억원)와 4분기(-7조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입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5조6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는데요. 고금리의 영향으로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높아 상대적으로 상환이 쉬운 신용대출을 줄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잔액은 1017조9000억원으로 전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주담대는 전분기 대비 5조3000억원(0.5%), 전년 동기 대비 25조2000억원(2.5%) 늘었습니다.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정책모기지 취급과 주택거래 개선 등으로 주담대 증가폭이 커졌습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분기별로 가계신용이 30조원 이상씩 늘어 월 평균 증가액이 10조원을 웃돌았다"며 "이번 1분기 가계신용 감소폭은 증가 시기의 규모에 비해서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고 완만한 부채 축소 과정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조짐도 감지됩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4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5조1000억원)보다 2000억원 증가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박팀장은 "4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대출 감소세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카드소비액이 올해 1분기 월평균 카드소비액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신용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3일 '2023년 1/4분기 가계신용(잠정)'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