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기준금리가 3연속 동결되고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와중에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다소 유리해 보이는데요. 소비자의 권익보다는 부채 변동 리스크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회의에서 가계부채 질적구조 개선을 위한 고정금리대출 확대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혼합형 외에도 순수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최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충격이 큰 변동금리에 가계대출이 치중해있다는 게 당국의 인식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주담대 고정금리(10년 이상 고정 기준) 비중은 프랑스 97.4%, 독일 90.3%, 미국 85.0%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주담대 중 6개월 변동형이 전체의 56%, 5년까지 금리가 고정되지만 이후엔 변동되는 혼합형 상품이 21%를 차지합니다. 순수 고정형 상품은 약 26%인데 이마저도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정책상품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문제는 현재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 차주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시기에는 금리 변동이 바로 반영되는 변동금리가 유리합니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달 시중은행 대출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하단 격차는 0.3%p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적용월 신규취급액 기준 3.55%로 전달(3.68%)대비 0.13%p 하락했습니다. CD(91일물)는 3.50%로 전월 대비 0.11%p 떨어졌습니다. 은행채 5년물은 3.9%로 0.2%p, 1년물은 3.55%로 0.17%p 각각 내렸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변동금리 선택이 합리적"이라며 "미국은 저금리 시절 주택 보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렸던 것이지만 현재 고금리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특정 성격의 금리에 대출 비중이 높은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고정형이나 변동형 중 특정 금리가 안정적이거나 불안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쪽에 쏠려있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만큼, 고정금리를 확대해갈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금리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