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LCC들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6월 1일부터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공식화했습니다. 사실상 이보다 한 두 달 앞서 대중교통 시설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낮추면서 엔데믹 선언이 된 것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코로나 사태 직격탄으로 3년 가까이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항공사들은 올해 2월부터 폭발하는 해외여행 수요 대응에 분주했습니다.
항공사 홍보 관계자들은 지난해 그리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어렵죠”를 인사말로 건넸습니다. 이런 탓에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어 점차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나고 코로나 시국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상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항공사들이 이제는 웃을 일만 남겠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그런데 부푼 기대감만 컸던걸까요? 항공사들에게 제일은 안전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역시 ‘안전’입니다. 3년 가까이 적자를 면치 못한 항공사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이들은 물론 공항 등 항공업계가 안전한 비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 여부는 최근 이슈들을 볼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한 달 새 4차례 사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우선 지난 4월 16일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231편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을 먹은 한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5일에는 승객 260명 승객의 짐을 런던에 두고 왔고, 약 열흘 뒤에는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올 예정이던 항공편에 몸을 실은 승객 193명이 탑승수속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륙 직전, 여객기의 비상 착수(물 위에 내려앉는 것) 장비인 슬라이드 고정 프레임 결함 발생으로 결항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제주고항에서 대구공항으로 오던 OZ8124편에서 한 승객이 비상구 레버를 건드려 비상구 출입문이 개방된 채 활주로에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면서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찢겨 날라 갔고 문을 연 승객은 구속됐습니다.
사건·사고는 아시아나항공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마닐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9mm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승객 218명과 승무원 12명 등 230명이 여객기에서 내려 대피했습니다.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된 것은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촘촘한 보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1차적으로 금속 물질인 줄 알고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이 과태료 부과 배경이기도 하지만 우선적으로 기내에 반입되는 물건과 아닌 것을 걸러내는 보안 검색대에서 이를 놓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해 4월엔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취항을 위해 들여온 A330-300 엔진 부품 결함 발생으로 운항 취소하거나 긴급 착륙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항공사들 관계자들을 만나면 조업사, 보안 검색대 등 안전한 비행을 위해 곳곳에서 저마다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의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억눌린 해외여행의 간절함이 비극이 아닌 행복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사전 안전 점검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공사는 물론 공항에서도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야할 것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