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권 과점체제 깨기 일환으로 핀테크 업체에 은행 고유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은행권에서는 수수료와 문제발생 시 책임 소재, 적용 업무 범위 등을 놓고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금융위가 8일 발표한 은행권 제도 개선 TF 회의 핵심 내용은 핀테크 등 제3자가 은행의 본질적 업무 일부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1안 (본질적 업무 중 내부통제업무만 위탁 가능 업무에서 제외)과 △2안 (본질적 업무를 한 번 더 핵심·비핵심요소로 분류해 비핵심요소만 위탁을 허용하는 안) 두 가지 중에서 검토할 방침입니다.
금융위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거치지 않고 핀테크앱을 통해 계좌개설, 입출금·예금 등 은행서비스와 기존에 핀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결합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 제공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특히 당국이 거론한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에는 예적금 계좌의 개설 및 해지 등을 포함해 대출 및 어음의 할인의 심사 및 승인 등도 포함됩니다.
문제는 비금융정보를 금융사보다 더 많이 확보한 핀테크나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 업무를 위탁받을 경우 금융사의 종속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은행업무 위탁 등을 허용할 경우 금융 정보 등도 따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환대출 인프라나 예금중개서비스와 같이 플랫폼에서 은행 상품을 비교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 가입까지 가능해진다면 대형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거나 금융사고가 터졌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금융사가 책임을 져야하는데요.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금융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빅테크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형평성 문제도 여전한 상황입니다.금융사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빅테크에 대출 상품을 입점하면서 고객 정보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까지 지급하고 있는데요. 금융권은 빅테크와 업무제휴를 진행하더라도 비금융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상거래 정보는 대분류나 기타정보로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지주사 내 자회사간 정보 공유에 대한 규제도 여전합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정보 공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및 계열사 간 영업목적의 정보공유는 지난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듬해 금지됐습니다. 최근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활용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입장입니다.
최근에도 일부 금융지주가 금융당국에 영업상 목적으로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국도 데이터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는 만큼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진척사항은 없는 상황입니다.
시중은행 ATM기기가 모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