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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사태 판박이…수년째 급등한 '품절주' 주의보
유동비율 낮은 품절주, 계단식 상승하다 최근 폭락
입력 : 2023-06-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지난 4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대규모 급락 사태 이후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재차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품절주 주의보가 발령했습니다. 유통물량이 부족한 주식이 특별한 호재 없이 수년째 상승 흐름을 보인 점이 지난 4월 SG증권발 대규모 급락 종목과 유사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림(003610)동일산업(004890), 만호제강(001080), 대한방직(001070) 등 4개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에 상장된 동일금속(109860) 등 총 5개 종목이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금융당국은 해당일 장 마감 이후 이들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우선 이들 종목의 평균 유동주식 비율은 만호제강을 제외하고 30~40%대로 품절주로 나타났습니다. 방림이 47.17%, 동일금속이 34.29%, 동일산업 43.55% , 만호제강 54.41%, 대한방직 42.21%입니다. 유동비율은 발행 주식 수 중에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 수의 비중을 말합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전체 상장법인의 유동비율(2016년 기준)이 58.1%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낮은 셈입니다. 
 
또 이들 5개 종목은 실적개선이나 호재 없이 몇 년간 급등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만호제강의 주가는 지난 2020년 초 1만5750원에서 이날 하한가를 맞기 직전인 13일 6만5400원까지 올랐는데요. 실적 개선 등 특별한 호재가 없음에도 약 3년 반 사이 315% 급등한 것입니다. 지난해 만호제강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대비 80% 감소한 2억원을 기록하며 뒷걸음쳤습니다.
 
같은 기간 2130원에서 7290원까지 242% 주가가 오른 방림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해 실적은 66% 감소했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동일산업(285%), 동일금속(250%), 대한방직(168%) 등도 특별한 호재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들 5개 종목이 장기간에 걸쳐 계단식 상승을 보인 것은 지난 4월 말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된 SG증권발 급락 사태 당시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과 비슷했습니다. 거래량이 적고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이라는 점도 비슷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품절주는 유통 주식 수가 희박하기 때문에 소규모 매매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인다"면서 "물량이 많지 않아 시세조종의 표적이 될 위험도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별한 이슈나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는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SG증권발 사태와 달리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와 연계된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진 건 아닌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당시에는 매도 증권사가 SG증권으로 동일했지만 이번 하한가 종목들의 매도 창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 다양한데 이중 CFD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창구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앞서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대출이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대출만기가 남은 고객들이 금감원 조사가 들어올거 같으니까 던진물량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어 "반대매매가 나올려면 폭락하고 증거금 부족으로 이틀 뒤에 반대매매가 나간다"면서 "고객들중에 대주주나 물량을 많이 가진 분들이 창구에 내다 팔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금융당국, 연이은 시세조종 의혹에 특별단속 강화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주가 조작 의혹 도마에 오른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유사 투자자문업자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 등의 위법행위도 단속한다는 방침입니다. 
 
전날 불공정거래 특별단속반을 설치한 금감원은 투자 사기 피해자 온라인 모임의 게시물을 확인해 필요시 대면 면담을 통해 불법 행위 증거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카페 게시물이나 제보 등을 통해 입수된 투자설명회 계획 정보 등을 활용해 현장 단속을 하고, 600개 이상의 유사 투자자문업자, 미신고·미등록 업체 대상 일제 점검과 암행 점검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같은날 열린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증시 교란행위에 대한 조사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 원장은 "증시 교란행위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자자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조사전담인력 확충(17명) 및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라며 "7월 추가 증원(8명)을 통해 불공정거래 조사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연말까지 불법리딩방 등 특별 단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5개 종목에 대해 즉시 거래를 정지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회사 측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특히 몇몇 소수계좌의 거래가 집중된 방림, 만호제강, 동일금속 3개 종목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 5개 기업은 전날 거래소의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시했습니다. 
 
아울러 전날 서울남부지검은 주식거래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모(52)씨를 출국 금지했습니다. 강씨는 5개 종목의 주가가 추락한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네이버 온라인 카페의 운영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폭락하기 전부터 시세조종 등 의심 정황을 포착해 불공정 거래 여부를 주시해 온 만큼 이날 출국금지를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씨는 이번 하한가는 반대매매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에서 비롯됐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도 글을 올려 "두 딸을 비롯해 큰누나, 작은매형, 처형까지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계좌'가 된 상황"이라며 자신의 주가조작 의혹은 "시장의 억측"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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