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금 가격을 다시 부추기는 것 아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소금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천일염 영향이 외식·가공식품 등 관련 물가의 근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데이터를 들여다 본 결과, 지난달 소금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9% 오르는 등 전월에 이어 6%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소금 물가의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2월 32.4%로 정점을 찍은 후 6월 29.3%를 기록해 20%대로 하락한 바 있습니다.
10월과 11월에는 9.8%까지 내려왔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8.8%, 2월 8.2%, 3월 7.2%, 4월 6.6%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 소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9% 올라 전월에 이어 6%대 상승률을 유지했습니다. 자료는 최근 1년 소금 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전남 신안군의 산지 가격은 올해 1월 20㎏당 1만3576원에서 5월 1만4127원, 이달 5월부터 11일까지는 1만8969원으로 뛰었습니다.
전남도 측은 "최근 강수일수의 증가 영향으로 천일염 생산 감소와 함께 원전 오염수 이슈로 직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이달 15일 기준 굵은소금 5㎏의 평균 소매 가격은 1만2942원으로 일주일 전인 8일 1만2513원보다 3.4% 상승했습니다. 이달 15일 기준 최고 가격은 1만9950원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천일염 사재 징후는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부 유통 과정에서의 가격이 올랐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첫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 업계나 유통 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신안군 7개 농협과 수협에서 판매하는 2021년산, 2022년산 천일염에 대한 개인 소비자의 구매가 크게 늘어 6월 현재까지 파악한 직거래 물량이 지난달에 비해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증가했고 가격도 일부 판매처에서 5월 대비해 20%가량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소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 소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9% 올라 전월에 이어 6%대 상승률을 유지했습니다. 자료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소금 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그해 소금 물가상승률은 원전 사고 이전인 1월 5.6%, 2월 6.8%에서 3월에는 9.0%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4월 11.4%를 시작으로 7월 27.5%, 8월 39.8%, 9월 45.9%까지 올랐고, 12월에는 58.6%에 달했습니다.
만일 이번 오염수 방류로 이전과 같은 소금 물가 상승이 되풀이되면 외식과 가공식품 등의 물가에 또 다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금 사재기가 이뤄지면 소금 가격이 올라가고 소금 가격이 올라가면 간장 등 거의 모든 관련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금을 수입하는 식품 업체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천일염 외에도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우유값,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시멘트값 인상 등 물가 복병 품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박모 씨는 "실제 느껴지는 물가가 아직 높다고 생각하는데, 먹거리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소금 같은 경우도 꼭 필요한 제품인데, 천일염 품절 보도를 보면 미리 사둬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천일염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는데 하반기 김장철을 고려해 '나도 미리 사둬야하나'하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 움직임도 뒷북인데 오염수 방류 후 소금가격이 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누가 하겠냐"고 우려심을 전했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하반기 김장철이 다가오면 가격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수매한 후 할인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 소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9% 올라 전월에 이어 6%대 상승률을 유지했습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 소금 입고 지연 안내문.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