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곧 카드값 나가요! 다가올 일정 알려줄게요', '통장에 있는 내 돈 모두 찾고 더 많은 이자를 받게 알려드려요', '잊고 있던 돈 1분만에 찾아드려요.'
카카오뱅크(323410), 토스 등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할 때마다 이 같은 팝업창이 뜨는데요.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팁'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팝업창을 접속하는 순간 마이데이터 서비스 신청 화면이나 오픈뱅킹 연결화면, 마케팅 수신 동의 등의 화면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비대면 모바일 위주의 금융 앱에서 다크패턴(눈속임 설계)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실정입니다.
다크패턴이란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서 소비자를 교묘히 속여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업체가 사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입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소비자원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8건이었던 다크패턴 관련 소비자상담은 지난해 258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스 계좌 연결 팝업창 (사진=토스 앱 캡처)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13개 행위를 도출해 법 개정 및 규제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는데요. 속임수 질문이나 위장 광고, 반복 간섭 등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대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인터넷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앱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크패턴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악용하는 다크패턴을 규제해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환대출 뿐만 아니라 예금중개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금융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에서도 "다크패턴 등으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유인하는 문제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정한 알고리즘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에서 하루빨리 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들이 대출·예금 상품 중개 서비스까지 진행하게 되는 만큼 최소한 소비자가 모든 사항에 대해 숙지한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은 그려놓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