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한때 반도체 종주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산업 재건을 위해 기술력 우위인 한국과 대만 맹추격에 나섰습니다.
20일 로이터와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유럽에 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발표했고, 레거시(구형) 공정에 머물고 있는 일본은 자국 반도체 기업 연합체를 꾸리고 2나노(1nm는 10억 분의 1m) 기술력을 가진 미국 IBM과 손잡는 등 최첨단 반도체 시장 선점 고삐를 당기고있습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는 3~5나노인데 이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가 기술력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 등장으로 현재 양산 중인 3나노 보다 저전력이면서 성능이 높은 2나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나노수치는 반도체 웨이퍼에 그리는 회로 선폭으로 더 얇게 그릴수록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하게 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나노 1세대부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채택했습니다. IBM에 파견된 라피더스 엔지니어 100명이 현재 습득하고 있는 기술도 2나노 시대에 필요한 기술인 GAA입니다. GAA는 현재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핀펫 구조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재건을 위해서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70% 이상인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를 선점해야 하는데 이 시장은 TSMC와 삼성이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60.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12.4%), 글로벌 파운드리(6.6%), UMC(6.4%)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인텔과 라피더스는 1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인텔은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7위인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 ‘파워세미컨덕터’를 지난 2017년 54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또한, 170억유로(약 23조7750억원)를 투자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공장을 짓기 위해 독일 정부와 보조금을 두고 협상하고 있습니다.
40나노 생산이 한계인 일본은 IBM으로부터 2나노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했습니다. IBM은 2021년에 세계 최초로 2나노 제품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988년 50.3%였으나, 2021년에는 6% 수준으로 낙폭했습니다. 1980년대 당시와 달리 현재와 미래에는 반도체가 글로벌 전략물자이자 국가 안보 핵심인 점을 인지한 일본 정부는 뒤늦게 한국·대만을 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일각에선 40나노 생산에 머물고 있는 일본이 2나노를 생산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재진출한 인텔은 2나노 생산 잠재력을 가진 업체는 맞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TSMC·인텔이 선단 공정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 반도체 공정이 레거시(구형) 공정에 머물러있지만 미국·유럽과 협력하는 만큼 추격 역량을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반도체대전(SEDEX 2021)에서 삼성전자의 GAA(Gate All Around) 기술 기반 웨이퍼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