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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빌라왕 '범죄집단' 혐의 적용…법정공방 '주목'
전세사기범 '칼날' 어디까지…인천건축왕 '범죄집단' 첫 기소
입력 : 2023-07-03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김하늬·최우석 법조전문기자] 검찰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이른바 '인천건축왕'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습니다. 총책과 임대인모집책, 공인중개사 등 각각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기소한 겁니다. 
 
범죄집단조직죄가 받아들여지면 전세사기 일당은 최대 징역 10년 이상의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혐의입증이 어려울 경우 공판과정에서 법리상 문제될 소지가 있어 실효성이 적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진=뉴시스)
 
조직적 범행 인정돼 첫 '범죄집단죄'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형사5부(박성민 부장검사)는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전세금을 가로챈 인천 미추홀구 사기조직에 처음으로 범죄집단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인천건축왕이라 불리는 이들은 신축빌라에 대한 청년층, 신혼부부의 수요가 많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2700여 채의 소규모 주택을 보유하면서 37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305억 원을 편취한 혐의입니다. 
 
검찰은 이들에게 국내 처음으로 범죄집단죄를 적용했습니다. 총책인 A씨는  다수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을 회장으로 호칭하고, 이사 및 각 중개사무소를 총괄하는 '중개팀'을 뒀습니다. 각 중개사무소별로는 총괄실장, 실장, 차장, 팀장 등 직급을 나누고 역할을 분담시킨 겁니다. 
 
특히 주간회의 등 각종 회의 및 직급에 따른 차등 급여,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및 승진 시스템 등을 통해 조직을 관리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집단은 '범죄수행의 공동목적', '범죄를 반복 실행할 수 있는 체계' 및 '조직적 구조' 등을 요건으로 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반복 실행한 '중개팀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범죄집단'이 '범죄단체'보다 덜 엄격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는 공동의 범죄 목적으로 지휘·통솔 등 체계를 갖추고 범행하는 단체·집단에 적용됩니다.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법상 사기죄(10년 이하 징역)보다 형량이 높습니다.
 
검찰이 이번에 건축왕 일당에게 적용한 것은 '범죄집단'입니다. 법원은 통솔체계 유무에 따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을 구분하는데 범죄단체의 적용 요건이 범죄집단보다 더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범죄단체의 경우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 특정 다수, 동일한 범행 목적, 시간적 계속성 등을 요건으로 갖춰야 합니다. 반면 범죄집단은 이 가운데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어도 범행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 구조만 확인되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조직적 구조 갖췄지만…범죄단체 '조직' 여부 다툼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 일당에 대한 기소가 큰 무리가 없어 공소유지는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단체를 '조직'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판례를 보면 "범죄단체의 구성은 단체를 새로이 조직 창설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존의 범죄단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범죄단체를 구성하였다고 하려면 기존의 범죄단체가 이미 해체 내지 와해된 상태"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조직이 완전히 변경돼 기존의 범죄단체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단체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천사건의 경우 2021년 3월경 대출이자 부담, 신규 주택 신축 중단으로 인한 자금경색, 동해 망상지구 도시개발 사업비용 부담 등으로 자금경색이 가속화되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중개팀 직원들과 전세사기 범행 모의 및 실행하게 됩니다.
 
즉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집단을 조직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집단을 그대로 범죄에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되면 판례에서 말하는 것처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단체를 조직했다고 볼 수 없어,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하늬·최우석 법조전문기자 hani4879@etomato.com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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