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언으로 양평군이 뒤집어졌습니다. 고속도로 사업에 기대가 컸던 양평군 주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섰고, 고속도로 사업과 연관된 인근 지자체도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토부가 2016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양평군의 15년 숙원사업입니다. 당초 양평군은 2008년 해당 도로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10년 가까이 미뤄졌습니다.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의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보충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토부, 3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이후 2017년 국토부가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2021년 예타 통과에 따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km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로 계획돼 2025년 착공, 2031년 완공을 목표했습니다.
그런데 계획대로 진행되던 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3월 타당성조사에 착수해 구체적인 노선을 논의하던 때 새로운 노선이 제시된 것입니다. 바로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고, 강하IC를 추가하는 내용입니다. 길이도 29km로 본안보다 늘었고, 사업비도 증가했습니다.
결국 대안 노선으로 사업안이 변경된 데 대해 민주당은 한가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국토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 추진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 장관의 발언에 양평군을 비롯한 하남시와 서울시, 양평주민들이 곧장 반박에 나섰습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사업 중단을 철회해달라"며 "12만4000 양평군민들은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재개를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구간에 포함된 하남시는 고속도로 사업 추진이 안 될 경우 3기 신도시인 교산 신도시 조성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하남시는 지난 7일 입장 자료를 통해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교산 신도시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으로 광역 교통량 처리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하남시 구간에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신구광역도로 계획 추가 수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양평군은 사업 재추진을 위해 서명 운동과 현수막 게시 등 홍보를 진행하고, 고속도로 노선을 경유하는 하남시와 광주시, 서울시 송파구 등과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양평 주민 "15년 국책,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져"
양평 주민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서울-양평 사업 재개를 위해 양평주민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대책위에는 이장협의회 등 양평지역 10개 기관·단체들이 함께합니다.
10일 대책위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범군민 100일 10만 서명운동, 현수막 게시, 군민청원 등을 실시하겠다 밝혔습니다.
장명우 공동대책위원장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양평 군민의 열망과 의지와 상관없이 정쟁과 사업 추진의 전면 백지화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해 절망스러운 마음이다"며 "여야를 떠나 모든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전면 백지화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양평 지역 기관·단체에 속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호소합니다.
양평군 주민 정(49)씨는 "이미 정치적으로 비화 돼 뭘 하든 양쪽에서 문제 제기가 나올 게 뻔하니, 차라리 원안대로 착공을 시작하고 군민들 의견을 수렴해 강하IC를 추가 건설하든가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양평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양평 주민 박(55)씨는 "처음 양평고속도로 추진할 때부터 우리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아예 백지로 돌려서 거주 2년 이상 순수한 양평군민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결과가 나온 대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 박씨는 "15년이 걸려 어렵게 통과된 국책사업인데, 어떤 의견 수렴과 논의 없이 장관의 한마디에 뒤집어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주말에 꽉 막힌 서울-양평 교통체증 한번 겪어봤으면 함부로 백지화 같은 소리는 못 했을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10일 경기도 양평군 곳곳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한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양평=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