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현존 지구상 최고 그리고 최강 블록버스터’를 묻는 질문이 있다 칩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영화는 딱 한편 뿐입니다. 그것도 ‘절대 다수’의 몰표를 받으며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뜸 들일 필요도 없이 그 자리 주인공,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7080세대에겐 국내에도 방송됐던 TV시리즈 ‘제5전선’이 기억 나실 겁니다. 그 작품이 원작입니다. 일단 이 시리즈 1편은 1996년 여름 국내 개봉했습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1편은 지금까지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영화 역사상 최고 스파이 영화로 불립니다. 그리고 이어진 2편부터 6편까지. 사실 앞서 언급한 ‘지구 최고 최강 블록버스터’란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 정체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톰 크루즈로 인해 퇴색하고 희석돼 갔습니다. 제목 그대로 그저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에만 집중하면서 이 작품의 ‘진짜’를 본질 뒤편으로 밀어 내 버렸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할 마지막 7편이 뒤로 밀어 낸 그 본질을 앞으로 끌어 냈습니다. 처음 1편과 끝인 마지막 7편을 본질로 통하게 만든 이 시리즈의 진심. 바로 ‘클래식’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톰 크루즈’, 그 자체가 돼 버린 ‘미션 임파서블’은 그동안 ‘전편 보다 더’를 외치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액션’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이번 7편에선 이 시리즈, 아니 ‘미션 임파서블’의 가장 근본적 정체성, 장르적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문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에 집중했습니다.
이번 영화, 시리즈 전체 기준으로 7편에 해당합니다. 또한 시리즈 최초 ‘파트제’를 택했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 전체의 마지막이 될 것이 유력한 이번 영화. 거대한 세계관의 막을 내리게 할 방대한 얘기의 첫 번째가 오는 12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입니다. 부제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은 직역하면 ‘죽음의 심판’ 정도 입니다. 하지만 의역 또는 기술적 부분의 해석으로는 항법 기술 중 하나를 뜻하기도 합니다. 즉, 출발점으로 부터의 이동 거리와 방향만으로 현재의 위치가 어딘지를 파악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극중 에단 헌트의 현재 위치가 과거 그의 행적으로 인해 만들어 진 일종의 예정된 결과였단 영화적 의역이 가능합니다. 이 해석대로 이번 영화에선 에단 헌트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한 팀 ‘벤지’(사이먼 페그)와 ‘루터’(빙 라메스) 그리고 6편의 여주인공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까지. 모두가 자신의 과거로 인해 현재의 지금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시리즈의 빌런, 즉 에단 헌트가 이끄는 IMF팀이 대결하는 본질적 빌런은 초고성능 AI입니다. NTT(엔티티)라 불리는 이 고성능 AI는 디지털화 돼 있는 모든 것에 접촉해 해킹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의 정보는 물론 그와 연관된 인물들을 토대로 계산을 해 앞으로 발생할 일을 예측하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이 영화의 부제 즉 ‘데드 레코닝’이 가능한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반기를 든 에단 헌트와 그 팀원들의 모든 것을 토대로 그들의 현재를 조종할 수 있단 얘기가 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고성능 AI인 NTT는 스스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 전체를 적으로 돌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실체성이 없기에 대리인 즉 실체적 빌런을 내세워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NTT는 AI이면서도 이번 시리즈의 빌런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빌런 조직을 이끄는 리더 ‘가브리엘’이란 남자, 그리고 그의 수족과도 같은 보디가드 패리스(폼 클레멘티에프). 두 사람은 NTT의 모든 소스 코드를 리셋 시킬 수 있는 두 개의 열쇠를 노립니다. 하지만 이 열쇠, 이미 에단 헌트의 팀에게 구해오라는 명령을 시킨 남자가 있습니다. 1편에 등장한 바 있는 IMF팀 국장 ‘유진 키트리지’. 이미 전 세계 각국 정보 기관이 이 열쇠를 감지하고 손에 넣기 위해 혈안입니다. 하지만 NTT가 한 발 더 빠릅니다.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기기 해킹을 통해 가브리엘을 존재하지 않는 유령으로 만들어 버린 뒤 열쇠 쟁탈전에서 한 발 더 빨리 나아갑니다. 이런 능력을 얻기 위해 전 세계 각국 정보 기관이 NTT 통제력을 보유한 유일한 장치인 두 개의 열쇠를 얻기 위해 스파이 전쟁을 벌입니다. 그 중심에 에단 헌트와 가브리엘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두 사람 관계입니다. 서로가 아는 듯합니다. 이것 역시 NTT가 계산을 통해 만들어 낸 인과관계를 통한 앞날의 예측일 듯한 추측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류 전체를 가장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전례 없을 가장 완벽한 무기인 NTT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각 능력을 강화시켜 나갑니다. 전 세계 각국은 NTT를 얻기 위해 스파이 전쟁에 참여합니다. 유진 키트리지 국장도 에단 헌트에게 열쇠 회수를 명령합니다. 에단은 자신의 팀을 소집해 NTT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열쇠를 먼저 구해 ‘NTT폐기’의지를 내비칩니다. 그럼 현재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6편 여주인공이자 영국 정보국 소속 요원 일사 파우스트가 그 중 하나를 손에 넣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화이트 위도우’로 불리는 무기 밀매상 손에 있습니다. 당연히 두 사람 모두 에단 헌트와 직간접으로 관계 맺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에단은 열쇠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과 또 관계를 맺게 됩니다. 소매치기 ‘그레이스’. 그레이스 역시 화이트 위도우와 관계가 있습니다. 모두가 얽히고설킨 관계입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만 무려 163분입니다. 하지만 ‘체감’은 불과 한 시간 남짓일 정도로 박진감 넘칩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스파이 장르 특유의 복잡다단한 설정과 스토리가 메인 핵심 포인트가 아닙니다. 걸작으로 꼽히던 1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른바 장르적 미장센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빼어남이 주목된 작품입니다. 이번 7편이 그걸 증명합니다. 일단 ‘미션 임파서블’은 각각의 시리즈에서 스파이 장르 색깔과 성격을 증명하고 규명해 왔습니다. 1편의 추격전과 긴장감 그리고 분위기는 이번 7편에서 안개와 연기가 가득한 좁은 골목의 긴장감을 살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열차 위 대결과 추격전 역시 1편 하이라이트와 닮아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이 시리즈의 가장 본질적 시작인 1편의 오마주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선택과 운명을 강조하면서 벌어지는 밀도 높은 얘기의 전개 과정도 흥미입니다. 반전과 복선의 잔치로만 끝나는 기존 스파이 장르 클리셰를 역발상으로 뒤짚어 버립니다. 상당히 단선적 구조입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직진 구간뿐입니다. 하지만 이 얘기, ‘파트제’입니다. 예상 해본다면 163분 러닝타임 전체가 ‘PART TWO’ 전체의 복선이자 맥거핀 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다소 무거운 느낌의 스파이 장르 그 자체로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한 것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장점입니다. 분명 1편의 본질, 즉 ‘클래식’으로 회귀한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영화적 볼거리, 즉 이 시리즈 그 자체인 톰 크루즈의 전매특허에도 분명 집중합니다. 바로 ‘불가능한 액션’입니다. 영화 초반 그레이스와 함께 수갑을 찬 채 로마 시내를 휘젓는 카 체이싱 액션은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 포스터 속 대표 이미지가 된 오토바이 자유낙하장면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노르웨이에 있는 '트롤의 벽'에서 실제로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프리 점프 후 자유 낙하로 떨어집니다. 톰 크루즈가 직접 촬영했고,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이번 영화 제일 첫 촬영으로 이 장면이 선택됐답니다. 만에 하나 톰 크루즈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수천억 규모 프로젝트가 올 스톱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선 여섯 편에서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던’ 에단 헌트.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AI입니다. 그것도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를 계산으로 예측해 무조건 한 발 이상 앞서 자신의 모든 행보를 가로 막는 AI. 당연히 에단 헌트, 그리고 그를 연기하는 톰 크루즈는 우리를 구하고 인류를 구할 것입니다. 단 조건은 얼마나 어떻게 어느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그걸 성공하느냐. 그것뿐입니다. 답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고 힘들게’ 성공합니다. 그런데 겨우 이 얘기의 절반입니다. 내년 개봉할 ‘PART TWO’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번 영화를 놓친다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을 163분을 놓치게 되는 겁니다. 개봉은 오는 12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