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 새마을금고에 돈을 예치하고 있는 한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금융당국 출입기자임을 알고 있는 그는 "새마을금고 어떻게 될 것 같냐"며 "지금 8000만원정도 예금이 있고 올 하반기에 2000만원짜리 만기가 다가오는데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왔는데요.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높아지고 예적금 잔고는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일부 지점에선 고객들이 돈을 빼려고 줄을 서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났던 지난 한주였습니다. 실제 2달 동안 7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여기에 지점 합병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긴 고객이라면 '나도 지금이라도 당장 돈을 빼야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에 떨면서 보냈던 한 주였는데요.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 인출 움직임은 줄어들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에 머물러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일 때가 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듯합니다. 법적으로 더 많은 돈을 보호해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해 내가 맡긴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평소 금융사에서 거둔 보험료로 최고 5000만원까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인데요,우리 국내총생산(GDP)과 동떨어지게 한도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예금자보호한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수준인데요, 1인당 GDP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약 9000만원, 중국도 9000만원이 넘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1억4000만원대, 미국은 약 3억2000만원 규모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도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12건이나 계류되어있는데요, 다만 예금보호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잠들어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사태와 앞서 뱅크런을 유도하는 토스뱅크와 OK저축은행의 악성 루머 등이 보여준 광속 디지털 뱅크런에 대한 공포를 미뤄봤을 때 언제까지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미룰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실제 SVB와 같은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한다면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 더 빠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입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