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검찰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거나 재범자들에 한해 차량을 압수 및 몰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주운전 전력 횟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피해가 크거나 재범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압수·몰수가 가능한 만큼, 압수영장을 내리는 법원의 판단이 중요할 전망입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달부터 중대 음주운전 범죄 차량을 압수·몰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압수·몰수 대상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거나 5년 내 재범 기록을 가진 자가 중상해 사고를 내는 등 피해 정도와 재범성을 고려해 결정됩니다. 사고가 없더라도 5년 안에 3회 이상 음주운전 이력이 있다면 역시 압수·몰수 대상이 됩니다.
대전 스쿨존 사고 이후 압수 기준 강화
상습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압수 기준이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검찰과 경찰은 2016년 차량 압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지난 4월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차량에 초등학생 배승아 양이 숨진 사건 후 검찰은 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했는데, 이는 차량 압수 기준 강화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강화 이전에는 5년 내 4회 이상 음주운전자가 대상이었지만 이번에 강화된 기준에서는 전력과 관계 없이 음주운전 초범도 사망사고 등을 일으키면 압수가 가능해진 겁니다.
피해 정도와 재범성 고려, 법원이 인정해야
차량 압수는 형법 제48조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다'에 근거했습니다. 즉 법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이는 사례로도 나타납니다.
2020년에는 음주운전 경력이 8회에 달하는 60대 A씨가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3명을 다치게 했으나 법원은 차량 압수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차량이 범죄에 이용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해외 선진국에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살인'으로 보고 경우에 따라 운전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과실' 정도로 취급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례입니다.
7월부터는 음주운전 횟수와 사고 등 압수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지만, 단 1회 만으로도 위험성을 충분히 감지했다면 법원 재량으로 얼마든지 압수영장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압수는 플러스 요인일뿐…근본 대책은 처벌 강화"
2020년 9월 일어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는 치킨배달을 하던 가장이 숨진 안타까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차량이 회사 법인차량이라는 이유로 압수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렌터카나 법인차 등 피의자 소유의 차량이 아닌 경우는 압수·몰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사각지대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차량 압수와 몰수가 운전을 못하게 하는 등 방지책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이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처벌로 막아 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요즘에는 운전이 생업인 사람이 많기에 차량 압수는 경각심을 주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압수할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돌아가는 형벌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걸 고려해 양형을 한다는 것도 법원 입장에서는 애매한 사항으로 애초에 여러 요소에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차량 압수·몰수는 음주운전 방지책 중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지,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맞게 끔 차를 또 구입한 이 운전자가 재범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음주운전의 정지기간을 더 늘리고 무면허 운전에 따른 처벌까지 강화하는 등 이중삼중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입구 스쿨존에서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