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남은 유일한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주범'으로 지목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진 후 1년 7개월 동안 항소심까지 진행됐지만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를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배당됐고 2021년 12월 권오수 전 회장과 주자조작 선수 이모씨 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 여사의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검찰 조사는 윤 정부 출범 이전 한 차례의 서면조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해 7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1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오수 2심 진행될 동안 김건희 소환없어
그동안 권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은 2심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가 범행과 무관하다고 재판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6일 권 전 회장의 변호인이 재판에서 공개한 '대신증권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직접 증권사 담당자와 거래에 관해 논의했는데, 권 전 회장 측은 이를 김 여사가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녹취록이 오히려 김 여사와 권 전 회장이 연락한 증거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실 확인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검찰은 녹취록을 확보한 상태였고, 권 전 회장과 이모씨 관련자들이 김 여사를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역시 김 여사에 대한 소환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존 수사 내용, 관련 공판 사항, 판결 내용을 종합 검토해 주가조작 가담자들에 대해 추가 보완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머지않은 시기에 수사가 마무리되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코바나 사건'과 같은 수순?
김 여사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 지적은 앞서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에서도 나왔습니다.
2018년과 2019년 진행한 전시에서 대기업들이 협찬 의혹이 불거졌고,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 여사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김 여사 등 피고발인들을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협찬 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강제수사를 한 것과 달리, 정작 피고발인인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두 차례의 서면으로 끝났다는 점입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대상과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김 여사도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문건, 이메일, 각종 계좌, 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종합해 대가성 청탁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코바나컨텐츠의 사례로 볼 때, 검찰이 권 전 회장의 재판으로 사실관계가 드러났다고 판단할 경우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왼쪽)가 1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