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꾸준히 내렸지만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는 법으로 정한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상품의 가장 높은 금리입니다.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금리를 책정하며 서민이 지난치게 많은 이자를 내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기 위해 2002년 도입했는데요. 현행 대부업법은 최고금리를 연 27.9%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데, 시행령을 바꿔 지금은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내렸습니다.
문제는 금융 취약계층들이 더 높은 고리 대금을 내야하는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야 할 부작용입니다. 법정 최고 금리를 인하한 이후 돈은 필요한 데 신용이 낮은 취약계층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더 어렵게 됐습니다.
대부업체는 예금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와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빌려주는데 조달금리 자체는 껑충 뛰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신용 대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고 최고 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이용했었던 금융 취약계층부터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게 되는 겁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업체 69개사 중 13개사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월까지 대부업 상위 69곳이 신규 취급한 대출은 957억원으로 1년전(4298억원)보다 급감했고 같은 기간 신규 대출 이용자도 3만1274명에서 1만2737명으로 줄었습니다.
대부업체를 찾는 차주와 대출액이 줄어든 것은 대부업체들이 대출 빗장을 걸어잠궜기 때문인데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조달비용 등을 감안할 때 대출을 내줘도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엔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를 도입해 최고금리를 상향해주자는 의견이 대표적입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빌려오는 자금 조달 이자율이 연 9%대로 올랐고 수수료, 연체율 등 비용을 감안하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 연 20%는 너무 낮아섭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등록 합법 대부업체들도 현재 조달 비용이 비싸져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취약차주들이 당장 돈은 필요한데 빌릴 데가 없으니 위험을 알면서도 불법사채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프랑스나 독일처럼 시장금리와 연동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불법 대부업체 광고 명함형 전단지 이미지입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