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은 같은 범죄 행위를 한 일가족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지 않는 '형사사법적 전통'을 고려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인 주민에게 '기소유예'를 검찰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대목은 조국 전 장관부부를 압박해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원칙적으로 조국 부부와 딸인 조민을 죄의 경중에 따라 기소한 뒤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조민에게 '반성'을 전제로 기소를 실질적으로 하지 않는 '기소유예'를 거론했다는 점은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나옵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 혐의 공소시효는 내달 말로 예정됐습니다. 그 전에 검찰은 조민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조민씨의 '반성'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뿐 아니라 대법원 판결 취지, 가담 내용, 양형 요소, 참고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공범인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에 대한 입장 변화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과 형평성은?
이번 사건과 비교가 되고 있는 건 2018년 일어난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유출 사건입니다. 검찰은 당시 쌍둥이를 포함해 교무부장인 아버지까지 모두 기소 했습니다.
물론 그 때도 검찰은 일가족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기소를 하진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먼저 구속한 후 이를 참작해 쌍둥이를 소년보호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며 사건을 다시 검찰로 넘겼습니다. 쌍둥이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이들은 기소된 후에도 항소심 재판에서 취재진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입학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의 증인심문을 위해 지난 3월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성' 강조하는 검찰…'원칙적 기소' 비판도
쌍둥이는 기소하고 조민씨는 기소유예를 고려하는 검찰의 태도에 법조계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인 조민씨에 비해 쌍둥이 사건은 공범 관계가 다소 명확하게 드러나며 죄의 경중이 다르고, 반성의 태도에 있어서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혐의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기소를 하는 것이 맞다"며 "유무죄 판단을 법원이 아닌 검찰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의견은 검찰이 '원칙적 기소'를 하고 유무죄 판단을 법원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조민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이미 가닥 잡고 있으면서 이를 미끼로 이미 기소된 조 전 장관 부부의 혐의를 더 다지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조국 측 "딸과 공범 아니다"
이날 열린 조 전 장관 재판의 핵심은 부녀의 '공범 관계 성립 여부'였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자신의 딸인 조민씨와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유죄로 판단된 공소사실은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서류 7건이 허위라는 것"이라며 "4건은 조씨가 고등학생, 3건은 대학생 시절에 쌓았는데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이를 알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민씨는 성북구 안암동에서 자취해서 조 전 장관과 한 집에 살지 않았고 의전원 지원은 지원서에 기재한 경력활동이 길게는 6년이 흐른 뒤”라며 "조민이 의전원에 제출한 경력사항을 보면 조 전 장관이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