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올 들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은행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데다 은행들이 '영업 비밀'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현실화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을 보면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 12건이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데요. 장혜영·김희곤·정우택·양정숙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 4건은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하위 규정과 은행권 자율 규약 등으로 은행별 예대금리차와 금리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를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분리하고 가산금리에 포함되어 있는 업무 원가나 리스크 관리비용과 목표 이익률을 별도록 공시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겁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준거(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요. 가산금리는 대출 과정에서 들어가는 인건비 등 각종 비용과 차주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됩니다.
이와 함께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여 은행 예대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고정금리 대출시 은행이 그 금리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일부 금융사가 급격한 금리인상과 여신거래기본약관의 임의적 해석을 기반으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금리인상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문제가 된 바 있는데요. 금리 변동에 대한 약관상 규정을 해석하는 데 모호한 문구를 대통령령으로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채무자 지원 등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도 있습니다. 강성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실업이나 질병 등 예상치 못한 이유로 위기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금융사에 원금이나 이자 상환 유예, 상환방식 변경 등 채무관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 공시 확대안과 세이온 페이(Say-on-pay)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개정안 역시 답보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올해 초 은행권 이자장사 비난이 거세게 일어날 때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권을 압박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법안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온 은행들도 가산금리 산정 기준 만큼은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로 야당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밝히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실화 가능성과 별개로 은행권 압박용이었다"며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와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어 법안 논의 동력이 떨어지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종민 소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