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자녀가 검찰의 주요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50억원이 곽상도 전 의원과 관계 없다는 법원 판단이 있기에, 비슷한 사건인 박 전 특검 부녀의 '경제 공동체' 입증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8일 박 전 특검의 딸과 아내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박 전 특검과 딸이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수사의 핵심으로 예상됩니다.
"경제 공동체 의심할 순 있으나 독립 생계"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상여금 명목의 50억원이 결국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돈이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의심에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들이 결혼으로 독립적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검찰이 곽 전 부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박 전 특검 부녀에게서 경제 공동체를 입증해야 합니다.
대리급 직원이 수십억 퇴직금·대여금
일단 둘은 화천대유에 취업해 급여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곽 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일하며 연봉 4000만원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년 10개월 일한 후 퇴직금과 상여금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그 기간 퇴직금은 20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는 상여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화천대유에 수십억원어치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은 결국 50억원을 곽 전 의원으로 향하는 뇌물로 봤습니다.
박 전 특검 딸의 급여는 더 높습니다. 2016년 6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에서 받은 연봉은 6000만원입니다. 검찰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근무기간 내 박 전 특검의 딸이 회사로부터 11억원을 빌리고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시세의 반값에 분양 받아 8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점입니다.
검찰은 딸이 얻은 25억원의 이익이 결국 박 전 특검으로 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며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을 돕고 부동산PF 대출을 알선한 혐의가 있기에 충분히 딸을 통한 대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본 겁니다.
경제적 이득이 부녀 간에 서로 오가나?
그러나 박 전 특검의 딸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입니다.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 또한 개인이 사용했는지, 아버지로 흘러갔는지는 명확한 입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재작년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특검의 딸이 변호사인 아버지의 보조를 받아 생활하다가 아버지가 특검을 맡으며 줄어든 보조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차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딸이 아버지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 되는데, 반대로 딸이 얻은 경제적 이익 또한 아버지에게 흘러갔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도 곽 전 의원 아들과 같은 구조의 혐의를 갖고 있다고 봤지만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공범으로 엮지는 않았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은 혐의를 명확히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청구했다"며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를 보강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