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은행권 내 지방은행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거점 내 여수신 점유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데다 지역 소재 대학교 주거래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마저 시중은행에 뺏기는 상황입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지방은행의 거점지역 내 여신 점유율은 모두 3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27.7%, 27.6%로 가장 높게 집계됐습니다. 이어 △경남은행 24.69% △광주은행 19.8% △전북은행 18.49% 순 입니다.
수신 점유율은 조금 더 상황이 나은데요, 올 1분기 지방은행의 거점지역 내 수신점유율은 대구은행이 47.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부산은행 33.8% △경남은행 29.65% △대구은행 35% △광주은행 28.4% △전북은행 25.11%순 입니다.
전국적인 여수신 점유율은 줄곧 감소세입니다. 지방은행의 국내 은행권 전체 대비 총수신 점유율은 인터넷은행 등장 전인 2016년 말 9%에서 2018년 말 8.5%, 2020년 말 8.1%, 올해 1분기 7.9%까지 줄곧 하락세입니다. 국내 은행권 전체 대비 지방은행의 총여신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올 1분기 7.4%로 집계됐습니다. 2016년 말 7.6%에서 2018년 말 7.5%, 2020년 말 7.4%로 완만한 감소세입니다.
지자치단체의 금고나 지역 대학 주거래은행 자리도 위태롭습니다. 최근 광주은행은 50년 간 유지해온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자리를 신한은행에 뺏기기도 했습니다. 광주은행 노조 뿐만 아니라 조선대 출신 임직원들까지 나서서 항의 서명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상생금융에 힘써온 지방은행이 탈락한 것에 대한 충격이 큰 상황입니다. 광주은행은 "전체 임직원의 26% 이상, 최근 10년간 인턴채용 인원의 50% 이상을 조선대학교 출신으로 채용하는 등 지역대학과의 상생을 몸소 실천해 오고 있어 공개경쟁입찰의 결과에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방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입찰 전쟁에서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전국 946개 지자체 금고 가운데 지방은행이 차지한 비율은 약 20%에 불과한데요. 전북·전남·경남·제주 지역을 보면 도청 금고은행 1금고가 모두 지역 소재 은행이 아닙니다. 각 지자체는 3~4년 주기로 금고(1·2금고)은행을 선정해 지방세 세입이나 각종 기금 예치, 세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 입자에서는 지자체 '금고지기'는 알짜배기 사업으로 여겨집니다.
시중은행의 침투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은행들은 지자체에 협력사업비 등을 지급하며 금고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기준 4대 은행이 지자체에 지급한 협력사업비 등 출연금은 약 560억원으로 지방은행 출연금의 51배에 달합니다.
최근 지역 소멸 이슈 등이 겹치는 만큼 지방은행 영업 역시 지역상생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대학과 주거래은행 계약은 비단 경제논리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지역상생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한다. 단순 재정적인 관계가 아닌 지역 인재 양성과 연구에 몰두, 지역인재의 외부 유출 방지라는 큰 틀에서 대학과 은행이 상생적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방은행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부공확과 교수는 "지방은행으로서 아킬레스건이었던 점을 활용해 슈퍼앱을 만들어 모바일로 승부를 보거나 지방은행 장점을 살려 인프라를 확충해 고액자산가나 지방유지를 대상으로 한 WM 비즈니스를 지방특색에 맞게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은행 내부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3대 지방금융지주 건물 외경. (사진=각 사 제공)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