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연일 버스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고발과 소송 예고에도 전장연은 버스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거주시설 퇴소(탈시설) 장애인 정책 등 서로 맞서는 쟁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 과잉대응이란 비판과 여론 악화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하루 빨리 접점을 찾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8월부터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탈시설화 정책으로 현재 700명의 퇴소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무했다는 입장입니다. 탈시설 과정의 적절성과 지역사회 정착 여부, 자립실태 현황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버스 탑승 시위 도중 경찰관을 깨문 혐의로 체포된 전장연 활동가 유모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이번 전장연의 버스 시위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과 서울형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 등을 방해하려는 것이 배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전장연은 탈시설 장애인 실태조사를 ‘표적조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서울시가 이달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에서 집회·시위·캠페인 활동을 제외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권익과 인식 개선을 명분으로 집회·시위·캠페인 등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장애인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고발에 전장연 체포도
이에 전장연은 지난 12일부터 종로, 혜화동,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버스전용차로를 가로막거나 승강장에서 계단버스 탑승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혜화동로터리 중앙차선 버스정류장에서 ‘14차 버스행동’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시는 전장연을 상대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운수회사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에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가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17일에는 전장연 활동가 2명이 같은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바 있습니다.
전장연 측은 “서울시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버스 시위를 악의적으로 몰아간다”며 “시민 불편은 이해하지만,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위해서 버스 시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양측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위하는 입장에서도 명분이 있어야 그만 둘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정부와 서울시가 ‘약자 복지’ 언급을 많이 하는데, 실질적인 약자 복지를 위해서 전장연 시위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의 강대강 대치로 사회적 갈등만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합법적 테두리 내의 시위도 필요하지만 많은 자원을 가진 정부나 지자체가 우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